ADSL 가격질서 붕괴

국내 초고속 인터넷 산업의 성장엔진 역할을 했던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의 시장질서가 붕괴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통신이 최근 실시한 60만 회선 분량의 ADSL 수주경쟁에서 포트당 공급가격을 126달러로 제시한 삼성전자가 하이닉스반도체(구 현대전자)와 LG전자, 알카텔, 시스코, 노텔, 루슨트 등 국내외 경쟁업체를 제치고 수주권을 획득, ADSL 국제입찰가격이 불과 4개월 만에 60% 가까이 대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포트당 300달러에 달했던 ADSL 국제공급가격은 지난달 대만의 중흥통신이 실시한 국제입찰 결과 170달러대로 폭락한 데 이어 불과 한달 만에 40달러 이상 떨어짐에 따라 앞으로 ADSL 생산업체들의 적자를 감수한 출혈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더욱이 이번 한국통신의 입찰에서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대다수 입찰참여 업체들도 회선당 공급가격을 150달러 안팎에서 제시하는 등 저가경쟁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ADSL의 가격질서가 회복불능 상태로 접어들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입찰은 알카텔 등 외국 업체와 지난해말 한국통신의 입찰에서 고배를 마셨던 하이닉스반도체간의 덤핑경쟁이 수주권 획득 여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삼성전자가 포트당 126달러의 가격으로 수주권을 획득함에 따라 ADSL의 가격폭락에 국내 업체가 한몫을 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만 중흥통신의 입찰에 이어 이번 한국통신의 입찰에서도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까지 ADSL가격이 폭락함에 따라 앞으로 ADSL 국제입찰가격이 150달러를 넘어서기 힘들 것으로 보여 국내 ADSL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 전략에도 막대한 차질이 우려된다.

 국내 ADSL 생산업체의 한 관계자는 “재고물량 증가와 업체간 경쟁격화 등으로 ADSL 공급가격이 예상보다 큰폭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포트당 126달러의 가격으로는 채산성을 확보하는 게 불가능해 앞으로 어떻게 ADSL사업을 전개해 나가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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