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SL가격폭락파장

 지난해말 300달러 수준을 유지했던 ADSL의 포트당 공급가격이 불과 4개월 만에 120달러대로 추락, 우리나라에서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확산에 일등공신 역할을 한 ADSL산업의 성장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달 대만의 중흥통신이 실시한 입찰결과 ADSL가격이 포트당 170달러대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 20일 끝난 한국통신의 입찰에서는 ADSL의 포트당 공급가격이 삼성전자에 의해 126달러로 주저앉음에 따라 사실상 ADSL이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불과 1년전만해도 포트당 가격이 1000달러를 상회했던 ADSL의 가격이 이처럼 폭락한 것은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ADSL이 빠른 속도로 보급되면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 ADSL 가격이 강세를 유지할 수 있었으나 올들어 공급물량이 크게 늘어난 반면 수요증가세는 한풀 꺾이면서 ADSL의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또 지난해까지만해도 부르는 게 값이었던 ADSL칩세트의 가격도 올들어 생산물량 확대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등 생산원가가 크게 줄어들면서 ADSL의 가격하락을 이끌었다.

 하지만 ADSL의 가격폭락을 부른 가장 큰 요인은 무엇보다 신규 발주물량 감소로 인한 업체간 과당경쟁이 꼽히고 있다.

 최근 들어 ADSL의 신규 발주물량이 줄어들면서 ADSL업계에 재고물량이 쌓이면서 업체간 공급경쟁이 치열해진 것이 이같은 가격폭락 사태를 부른 주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국내외 생산업체들은 앞으로 대만 중흥통신 및 한국통신의 입찰만큼 큰 프로젝트가 그리 쉽게 나오기 힘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재고물량 밀어내기식의 수주경쟁을 전개할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ADSL의 가격이 폭락함에 따라 앞으로 국내 ADSL 생산업체들은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중흥통신과 한국통신의 입찰결과로 인해 앞으로 ADSL의 국제 입찰가격이 150달러 수준을 회복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돼 채산성 확보를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국내업체 한 관계자는 “적정수준의 포트당 공급가격은 250달러 수준은 돼야한다”며 “최근의 입찰결과를 볼 때 ADSL 생산업체들은 사실상 채산성 확보를 포기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가격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ADSL의 신규 발주물량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경쟁은 도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시장의 경우 올해말이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ADSL의 신규 발주 물량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 불가피할 뿐 더러 해외시장 전망도 당초 예상에 비해 그다지 밝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중국 등 ADSL 수출유망지역으로 떠올랐던 국가들도 광통신과 VDSL 등 새로운 방식을 통한 초고속인터넷망 구축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국내 ADSL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여건이 당초 기대와 달리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이처럼 가격폭락과 시장여건의 급속한 변화 등으로 새로운 상황이 전개됨에 따라 국내 ADSL업체들은 상황돌파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뾰족한 대안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국내 초고속인터넷 산업의 성장엔진 역할을 담당하며 신규 수출유망품목으로 주목받았던 ADSL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성욱 sw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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