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더 뉴스>오영교 KOTRA 사장

 <피플 인더 뉴스>오영교

 “바쁜 것만큼 좋은 게 어디 있습니까. 저는 바쁘지 않으면 도리어 피곤을 더 쉽게 느낄 것 같은데요.”

 금요일인 지난 6일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사장으로 취임해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만에 업무 파악을 끝내는 부지런함을 보인 오영교 사장은 바쁜 생활 속에서 활력소와 행복을 느끼는 스타일이다.

 “KOTRA 사장에 임명되기 직전 며칠간 시간이 있어 아내와 함께 여행을 갔는데 몇 년 만인지 기억조차 안나더군요. 아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 미안한 생각도 들더라구요.”

 편안한 충청도 아저씨 냄새가 물씬 풍기는 오 사장이 너털웃음을 던지면서 한 이 말은 지금까지 오 사장이 얼마나 성실하게 공직생활을 해왔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대대적으로 조직을 재점검해 진정한 팀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해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한편 현재 업무성과가 좋지 않은 팀이나 업무성과가 부진한 팀장은 과감하게 교체해나갈 것입니다. 이를 통해 팀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팀원 전체가 회사의 경영방침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내유외강’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오영교 KOTRA 사장은 업무이야기에 들어가자 최근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개혁에 대해 강한 어조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오 사장은 사장 부재로 다소 어수선하던 회사 분위기를 취임 직후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수습하면서도 곧바로 사내에 선전포고성 경영혁신안을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올해 정부 수출목표인 1910억달러와 100억달러 무역흑자를 달성하는 것을 KOTRA 사장으로서의 첫사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오 사장은 우리 경제를 강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수출과 외자유치, 그리고 전세계적인 흐름을 읽고 앞서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오 사장은 KOTRA가 앞으로 신경써야 하는 시대 흐름으로 사이버(전자)무역을 꼽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사이버공간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산자부와 협력해 사이버무역이 정착될 수 있도록 힘쓸 계획으로 전통적인 전시공간과 사이버전시공간을 효과적으로 병행, 활용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것입니다.”

 KOTRA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무역흑자의 연금사. 무역·투자·중소기업 분야의 최고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는 오 사장에 거는 기대가 경기침체의 골만큼이나 큰 것이 사실이다.

 오 사장은 공직생활 초년을 빼고는 상공부에서만 관료로서 잔뼈가 굵은 대표적인 무역통이다. 상공부 상역국 수입관리과장·수출진흥과장·무역정책과장을 역임하면서 지난 86년 우리나라가 최초로 무역수지 흑자 원년을 기록하는 데 실무 주역을 담당했고 외환위기 때는 산자부 무역투자실장 및 차관으로 재직하면서 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간 748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해 위기를 극복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수출목표 달성을 위해 앞으로 개인이나 무역관에 대한 평가 기준을 수출과 외국인 투자유치 실적으로 맞춰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불필요한 업무를 줄여 직원들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입니다.”

 사실 KOTRA 해외무역관은 수출과 투자유치라는 본연의 업무보다 방문 정치인이나 유명인사들의 뒤치다꺼리에 시간과 인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평소 KOTRA에 대해 누구보다 더 잘 꿰고 있던 오 사장은 취임식에서도 이런 관행은 분명히 개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산자부 시절 부하 직원들이 치사를 쓰고 연설문을 작성하고 강의자료를 만들어 올리는 업무를 전부 금지시킨 파격(?)도 산자부 내부에서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회사를 사랑하는 직원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원칙에 입각한 투명한 인사와 열심히 일한 사람이 대접받는 분위기입니다. 개혁으로 불리는 경영혁신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평가기준을 분명히 하고 특별승진의 폭을 전체의 20%로 높여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울 계획입니다.”

 오 사장은 또 직위와 연령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만들어 전직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실질적인 정책들을 돌출해내는 데 무엇보다 힘쓸 계획이라고 말한다.

 오 사장은 공익적 서비스를 거의 무료로 제공하는 KOTRA를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타 투자기관과 동일하게 평가하는 현행 시스템에 다소 불만을 갖고 있다. 특히 직원들의 대부분이 이 같은 평가 시스템이 자신과 회사의 공적을 제대로 평가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직원들의 사기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나름대로 분석하고 있다.

 “KOTRA를 평가하는 잣대는 영리를 추구하는 다른 공기업과는 달라야 한다는 게 저의 평소 생각이었습니다. 수익이 아니라 서비스로 승부해야 하는 우리의 특성을 대내외에 최대한 어필하면서 KOTRA의 환골탈태를 꾀할 것입니다.”

 오 사장은 지금까지 KOTRA와 업무적으로 함께 일할 기회가 많았고 개인적으로도 KOTRA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과 많은 인연을 맺어왔다. 특히 그가 오랫동안 일한 산자부는 KOTRA와 함께 국가 무역과 외국인 투자유치를 걸머지고 가는 두 기둥이기 때문에 그의 KOTRA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KOTRA는 수출과 외국인 투자유치를 전문으로 하는 마케팅 기관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역할은 우리나라의 어떤 기관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임기 동안 KOTRA가 국가 경제의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정체성 있는 강한 KOTRA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오 사장은 KOTRA의 변신을 애정어린 눈으로 지켜봐 달라는 말로 KOTRA의 개혁이라는 중책에 대한 부담을 내비쳤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약력>오영교

 △48년 충남 보령 출신 △73년 고려대 상과대학 경영학과 졸업 △85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72년 제12회 행정고시 합격 △73년 7월 국세청(사무관) △76년 1월 수도권 인구정책조정실(무임소장관실) △78년 8월 공업진흥청 품질관리과장 △81년 3월 상공부 기업지도담당관 △81년 11월 상공부 행정관리담당관 △83년 5월 상공부 수입관리과장 △85년 8월 상공부 수출진흥과장 △88년 4월 상공부 무역정책과장 △90년 4월 주일상무관(부이사관) △92년 12월 상공부 공보관(이사관) △94년 3월 상공자원부 중소기업국장 △97년 1월 통상산업부 산업정책국장 △97년 9월 중소기업청 차장(1급 상당) △98년 9월 산업자원부 무역정책실장 △99년 5월 산업자원부 차관 △2001년 4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현) △저서 ‘일본 통산성의 실체’, ‘수입자유화와 기업의 경쟁전략’ △가족 송근호(50)와 2남 △취미 등산·테니스 △종교 불교 △주량 소주 반병(비흡연) △혈액형 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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