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캠퍼스]시험만 되면 양심실종

 시험기간에 접어들자 학교 곳곳에 양심 있는 대학생이 될 것을 촉구하는 대자보들이 나붙고 있다.

 대자보의 내용은 자리만 덩그러니 잡아둔 채 감감 무소식인 도서관 자리 잡기 ‘얌체족’들을 몰아내자는 것이 대부분이고 이밖에 ‘부정행위 뿌리 뽑기’ ‘소지품 관리 철저’를 외치는 내용도 많다.

 도서관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친구들의 자리까지 잡아놓는 경우가 많아 정작 공부를 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은 사람들은 빈자리를 찾다가 허탕을 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자리만 잡아놓고 사라지는 이른바 ‘유령족’들에 밀려 명당을 찾는 것은 고사하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권리조차 빼앗겨 빈 강의실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많다.

 부산 부경대에서는 매번 시험기간만 되면 도서관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이러한 이기주의적인 행동들을 뿌리뽑기 위해 도서관 규찰대가 얌체족들의 소지품을 열람실 밖으로 내놓는 극단적인 방법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나 하나쯤이야’하는 식의 행동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도서관에 앉아서 공부하기 위해 3∼4차례 돌아다녀도 빈자리를 찾을 수가 없어요. 돌아다니다 보면 가방만 있는 자리는 시간이 한참 흘러도 계속 빈자리로 남아있죠. 그럴 때는 그 자리에 앉을 수도 없고 답답하고 속상하죠.”(부경대 산업공 추헌영·24)

 ‘부정행위를 뿌리 뽑자’는 내용의 자보는 학점을 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대학생들의 잃어버린 양심을 되찾아주고 정당한 방법으로 공부한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부경대의 한 대자보는 ‘강의실 벽과 책상에 즐비하게 적혀 있는 부정행위의 흔적들을 보면 공부하는 사람이 바보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성인인 대학생들이 부정행위에 대해 이렇게 당당하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대학생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또 소지품을 분실했다는 대자보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찾는 물건은 CD플레이어를 비롯해서 공학용 계산기와 가방속 지갑, 심지어는 공부하던 전공 서적까지 아주 다양하다. 분실을 방지하기 위해 도서관내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자거나 대형 마트에 설치돼 있는 동전반환식 사물함을 설치하자는 의견, 외부인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등의 의견도 있지만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학교측에서도 뾰족한 묘안이 없는 실정이다.

 지성인의 집단이라 할 수 있는 대학에서 시험기간만 되면 사라지는 양심을 되찾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명예기자=김군성·부경대 starnar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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