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ing Up]활동기준 원가(ABC)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기존에 운항하던 8개 노선을 폐지하는 대신 제주·중국·일본 등 9개 노선을 신설·증편했다. 당초 짭짤한 재미를 볼 것으로 기대했던 구주 노선과 동남아 노선이 실제 수익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또 10여대를 보유하고 있던 보잉767ER 기종도 대부분 매각하고 현재 두 대만 운항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제법 수익성이 높은 기종으로 알려진 보잉767ER 기종이 실제로 큰 메리트가 없다는 결과에 따라 취해진 조치다.

 아시아나항공의 이같은 움직임은 98년 10월부터 운영해오고 있는 활동기준원가(ABC:Activity Based Costing) 시스템에 의해 가능했다. ABC는 자재구매비·인건비·감가상각비 등으로 파악하는 전통적인 직접비 기준의 원가체계 방식에서 벗어나 제품생산에서 판매에 이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을 기준으로 원가체계를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이제까지 대부분의 기업은 임금·복리후생비·교통비·소모품비·통신비 등 직접비를 중심으로 원가를 계산했지만 실제 기업의 총 원가 중 직접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80% 수준에 머문다. 나머지 20%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간접비용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다. 즉 판매 오더처리, 자재불량 개선, 구매오더 발생, 판매계획 수립, 엔지니어 변경서 작성, 생산라인 문제해결 등은 생산과 판매에 반드시 필요한 활동이지만 기존 회계방식에서는 원가항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이러한 간접비용을 잘 배분해야만 실제 원가가 도출되는 것이다.

 ABC를 활용하면 이같은 간접비가 각 제품 및 조직활동에 효과적으로 배분돼 수익에 도움이 되는 부문과 그렇지 않은 부문을 골라낼 수 있게 된다. 제품별 원가는 물론 조직별·유통점별·지역별·고객별 원가계산 및 손익측정이 가능해져 경영지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물론 신상품을 개발하거나 가격정책을 결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ABC테크놀로지 강범구 사장은 “ABC를 적용하면 원가정보의 신뢰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다양한 원가계산, 신속한 원가정보 파악이 가능해져 원가를 절감하는 방안을 발빠르게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이같은 ABC시스템을 통해 노선·기종·클라스·지점별로 정확한 원가를 파악, 기종 변환과 노선 재정비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같은 효용성 때문에 ABC를 도입하는 업체들도 점차 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삼성중공업·대림산업·서울대병원 등에서 ABC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NDS가 ABC기반의 신정보시스템 네비스를 구축해 전사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오복식품·농심의 경우 ABC를 도입한 결과 수익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했던 상품이 뜻밖에도 수익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 상품전략을 다시 짜는 조치를 취했으며 노루표페인트·동양제과는 ABC시스템 도입 이후 70∼90%에 이르는 경상이익 증가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들어 고객관계관리(CRM), 전사적자원관리(ERP), 밸런스트스코어카드(BSC), 자산부채관리(ALM)시스템, 리스크관리시스템(RMS) 등의 정보시스템과 결합할 경우 더욱 효과가 크다고 보고 연계작업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5, 6개에 이르는 ABC솔루션 전문업체들이 이 시장에 진출해 있다. ABC테크놀로지·하이페리온 등 전문업체들과 오라클·SAP 등 대형 IT업체들이 관련 제품을 내놓고 수요발굴에 나서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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