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명저>임어당 저 생활의 발견 중

 “논리와 좋은 대조를 이루는 것에 상식이 있다. 상식이라기보다 정리(情理)라고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정리를 존중히 여김은 인간문화에 있어 가장 건전한 최고 이상이며 정리를 아는 사람은 최고의 문화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누구나 완전무결할 수는 없다. 다만 정리를 분별하는,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인간이 되려고 노력할 뿐이다. 실제로 나는 세상 사람들이 개인적 문제에 있어서나 국가적 문제에 있어서 이 정신을 체득할 시대가 올 것을 고대하고 있다. 정리를 아는 국민은 평화스러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정리를 알고 있는 부부는 행복스럽게 살 수 있다.

 <중략> 절대로 싸움을 하지 않는 완전한 부부란 상상할 수도 없다. 다만 적당히 싸우고 또 적당히 화해를 할 수 있는 정리를 깨닫고 있는 부부를 상상할 수 있을 따름이다. 정리가 있는 인간 세계에서만 우리는 평화와 행복을 즐길 수가 있다. 정리시대라 할 만한 시대가 언젠가 온다면 그 시대야말로 정말 태평시대며 정리의 정신이 널리 퍼진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메모:‘상식이 통하는 사회’. 이 땅에 사는 많은 이들이 지금도 여전히 바라고 있는 소망 중 하나다. 그들은 이 땅에서 완벽하고 이상적인 사회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대다수 범인(凡人)들이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적인 기준이 인정받고 힘을 발휘하는 사회를 기대할 뿐이다.

 같은 마음으로 박수를 치고, 격려하고, 위로하며, 때론 따끔한 질책도 뒤틀림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 그러나 아직도 요원한 것 같다. 정보가 많이 개방됐다고는하나 여전히 사회 이면에는 뒷소문이 무성하다. 이러한 사회 일면을 나타내듯 떳떳하지 못하고 비정상적인 행위를 가리키는 우리말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뒷거래, 뒷구멍, 뒷말, 뒷손, 뒷욕, 뒷조사….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을 드러내는 그러한 말들이 사라지고 참으로 ‘상식이 통하는’, ‘정리를 아는’ 그런 사회는 언제쯤 이뤄질 것인가. 극단으로 기울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사람의 기본적인 도리와 정을 분별하고 지키려고 애쓰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나길 바랄 뿐이다.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간에, 형제간에, 부부간에 각자의 책임과 도리를 다하고 직장에서는 동료간에, 상사와 부하직원간에 각자가 지켜야 할 선을 지켜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지나치게 논리만 앞세우며 획일화하지 않고, 그 밑바닥에 따뜻한 정이 흐를 수 있다면 현재 우리가 있는 장소는 얼마나 환해질까. 적어도 수많은 관계로 얽혀 있는 세상살이에 있어 ‘정(情)’은 그 사람으로 하여금 살아나가도록 하는 동력이 됨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비정상’과 ‘몰상식’에 의해 잔뜩 주눅들어버린 ‘상식’이 기지개를 켜고 환하게 웃을 그 날, 그 날이 오기까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비정상’과 ‘몰상식’의 날에 베여 아파하고 신음할지 안타깝다.

<양혜경기자 hk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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