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IT포럼(회장 박찬모) 4월 월례조찬회가 19일 전경련 대회의실에서 전자신문 주관으로 열렸다. 지난 3월 공개 세미나 이후 40일 만에 열린 이번 세미나에는 남북 IT교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40여명이 넘는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박찬모 회장의 인사말과 방북 보고를 시작으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송혜자 우암닷컴 사장과 김철환 기가링크 사장의 주제 발표가 있었으며 주제 발표 이후 1시간 가량 열띤 토의가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우암닷컴과 기가링크의 이번 초고속망 구축과 사이버 영상 면회소 시범 사업은 새로운 남북 IT교류의 물꼬를 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며 이번 사업을 계기로 실질적인 남북 IT교류가 이뤄질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전면적인 IT협력과 통일 한국을 위한 밑거름으로 IT교류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관련 제도·법 개정 등 인프라와 환경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있었던 토론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
◇최성모(한국전산원 연구위원·통일IT포럼 수석대표)=북한을 지식정보산업의 동반자로 유도하는 일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과 남한 사이에 존재하는 정보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분야가 바로 통신망, 네트워크다. 사실 북한은 보안성과 기밀성을 이유로 그 동안 정확한 통신망 현황을 공개하는 것을 꺼려왔다. 기가링크와 우암닷컴이 이번에 북한에 들어가서 평양정보쎈터 측과 초고속망 및 영상체계 시범구축 사업에 대해 합의를 하고 돌아온 것이 큰 의미를 갖는 점도 이 때문이다. 만약 이산가족을 위한 사이버 영상 시스템이 구축되면 남한보다도 북한이 이를 훨씬 많이 이용하리라 본다.
◇송혜자(우암닷컴 사장)=이번 사업은 단순히 남한 IT기업이 북한에 첨단 시설을 설치하는 정도의 의미가 아니다. 이번 시범 사업을 계기로 새로운 단계의 남북 IT교류 시대가 열렸음을 뜻한다. 평양정보쎈터에 국내 기업의 제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사업에 합의한 일도 이번 방북단의 큰 성과 중 하나다. 남북 교류는 기술과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는 생각이다. 지금은 부정적인 부분보다는 긍정적인 부분을 집중 논의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IT교류를 성공시킬지 논의하는 일이 중요하다.
◇김철환(기가링크 사장)=최근 대북 정책에 찬바람이 불면서 남북한 IT교류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미 북한과의 교류는 시작됐다. 특히 IT교류는 남북한 체제의 위협을 최소화하면서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분야다. 북한도 이를 알고 어느 분야보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남북 이산가족을 위한 사이버 면회소나 초고속망 시범 사업 역시 쉬운 사업이 아니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민간이 앞서고 정부가 이를 도와준다면 IT교류의 통일 한국을 앞당기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송관호(한국인터넷정보센터 사무총장)=사이버 면회소는 아마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업을 계기로 남북 정상의 핫라인을 영상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등 다각적인 분야의 사업 협력이 필요하다. 북한과의 다양한 접점을 만들면 그만큼 교류의 폭은 넓어질 수밖에 없다. 도메인, 통신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등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차원의 교류 협력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서재진(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북한과의 교류는 경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정치적인 면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미국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북한의 대남 전략이 크게 바뀌고 있다. 사실 북한은 중국이나 러시아 등 주변 강국 때문에 남한에 적극적인 화해 제스처를 보냈다. 하지만 북한은 최근 미국의 대북 전략이 클린턴 정부와 달리 강경책으로 선회하면서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3월과 4월 장관급 회담 무기 연기, 적십자 회담 연기 등에서 이 같은 면을 엿볼 수 있다. 앞으로 북한과의 경제 교류에 있어서도 이러한 주변 상황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유완영(IMRI 회장)=서재진 위원과는 좀 다른 의견을 피력하고 싶다. 북한이 클린턴 정부가 물러나고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곤혹스러워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통일IT포럼은 민간 차원의 교류를 위한 단체다. 민간 기업의 활발한 교류가 경색된 정치적인 상황을 완화시킬 수도 있다. 또 하나 대북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의해야 하는 점은 민간 차원이지만 단일 채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후죽순으로 북한에 접근하기보다는 단체를 중심으로 교류의 수위를 높여 나가야 한다.
◇김광현(LGEDS시스템 상무)=통일IT포럼에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였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유럽 지부 등을 통해 IT포럼을 해외로 넓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도 교류의 필요성을 느끼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일도 외국을 통하면 쉽게 해결이 가능한 길을 찾을 수 있다.
◇박찬모(포항공대 대학원장·통일IT포럼 회장)=경제적인 측면에서 북한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때 이를 외국에 뺏길 우려가 많다. 실제로 이번 방북 기간에 일본·프랑스·방글라데시·러시아 등 북한과 교류를 원하는 많은 나라의 사람들을 만났다. 또 태국은 이미 나진·선봉 지역 통신망 구축 사업권을 획득하는 등 남한에 앞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사업이나 교류 못지 않게 시기가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문광승(하나비즈 사장)=통일IT포럼을 확대해 전체적인 동포들이 참여할 수 있는 IT모임이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일본이나 미국·유럽·중국에 있는 남북한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끌여들여야 한다. 또 하나 남북한 교류의 걸림돌 중 하나가 정부다. 사실 정부는 민간 통일교류 사업과 관련, 지원보다는 규제쪽으로 흐리고 있다. 이번 사업을 추진하면서 비IT관련 부처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했다. 실제로 통일부가 국정원에 이번 사업을 이해시키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허비했다.
◇최성(대통령 비서실 정무기획 비서관)=남북 교류와 관련해서는 정부 역시 실무적인 어려움이 많다. 관료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 시스템이 상당히 보수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도 확고하다. 정책 담당 실무선에서 이 같은 인식을 공유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리라 본다. 이를 위해 통일원과 국정원 등 관련 실무 부처의 담당자는 물론 장관이나 차관 등을 초청해 IT교류의 의미와 필요성을 알리는 자리를 자주 마련해야 한다. 사실 남북 관계는 어느 분야보다도 예측 불가능하다. 여러 가지 변수를 충분히 고려해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찾아갈 때 큰 성과를 올릴 수 있다. 이를 위해 개인적인 차원에서라도 도움을 아끼지 않겠다.
<정리=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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