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와 필립스, 이동전화단말기 합작 사실상 무산

지난해 11월 초대형 LCD 합작사를 탄생시킨 LG전자와 필립스의 이동전화단말기분야 합작이 사실상 무산됐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17일 “지난해 말 필립스의 LG전자 이동단말사업부문 실사가 진행되는 등 한동안 합작 가능성이 높아지는 듯 했으나 이동전화단말기의 세계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협상 자체가 답보상태”라며 “실질적으로 합작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필립스가 이동전화단말기 사업 매각을 검토하는데다 알카텔이 자가생산에 대한 변화를 모색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내업체들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선택 폭이 넓어지고 세계시장 진출 문턱도 낮아지는 추세”라며 “오히려 이동전화단말기 자가생산 역량을 강화할 때”라고 덧붙였다.

실제 오는 30일 필립스의 차기 OEO로 취임할 게라르트 클라이스테르는 지난달 말 열린 암스테르담 주총에서 “매력적인 인수제안(적정 가격)이 있을 경우 이동통신사업부 매각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필립스의 이동전화단말기 사업전략이 강화(LG전자와의 합작)에서 축소(매각)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단말기 1211만여대를 판매해 점유율 2.9%로 10위에 오른 필립스와 750만여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한 LG전자 간의 세계 6, 7위급 규모의 이동전화단말기 제조회사 탄생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필립스와 LG전자의 이동전화단말기 합작사가 출범하면 판매량 2000만여대(5%)로 세계 6위권인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다.

LG전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올초 세계 3위의 이동전화단말기 제조회사인 에릭슨이 자가생산을 포기하고 아웃소싱에 나선 데 이어 7위 업체인 알카텔(4.7%)도 단말기 생산 및 판매전략을 수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세계시장 진출의 호기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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