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연찮게 중견 건설업체인 D사의 S회장을 만나게 됐다. 지천명의 나이를 넘긴 희끗한 머리에서 세월의 무게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최고경영자로서 최근 현대건설의 부도에서부터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한번 터진 말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50세를 넘긴 나이로는 인터넷과 다소 거리가 있겠거니 하는 기자의 편견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인터넷 서핑으로 밤을 꼬박 새기가 일쑤고 영상채팅까지 한다는 S회장의 한마디가 뇌리에 박혀들었다.
“임진왜란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왜적의 침입이었지만 과학적인 측면에서는 획기적인 전환점입니다. 조총이라는 새 잡는 총이 등장하면서 막대한 수의 군력이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새 정도 잡는 총이 활과 창 앞에서는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했던 것입니다. 과학의 역사는 아주 작은 발명에서 시작되고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옵니다. 인터넷 역시 마찬가지죠.”
지금 증시에선 인터넷주들이 맥을 못추고 있다. 맥을 못춘다기보다 하락 주도주로 장세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외국인의 매매동향에 따라 주가가 춤을 추고 개미들은 부화뇌동하고 있다. 나스닥의 그늘을 벗어나는가 했더니 ‘혹시’가 ‘역시’로 됐다.
IMF이후 구조조정이란 말이 일반화됐다. 증시에서도 단기급등에 따른 조정은 당연시된다. 그러나 조정이라기보다 ‘회피’에 가까운 현재의 투자행태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닷컴’ ‘IT’에 보따리 싸들고 찾아와 투자를 받아달라고 하던 때가 엊그제인데 싸늘히 식은 투자심리는 돈의 냉정함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저 역시 돈을 따라 사업하는 사람이지만 최근의 증시 상황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인터넷 외에 차세대 경제를 견인할 만한 아이템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초기 ‘묻지마’식 투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하더라도 향후 미래를 예견하고 투자한다면 당연히 인터넷, IT겠지요.”
S회장의 말처럼 신경제의 엔진으로서 인터넷은 존재한다. 하지만 증시에서의 인터넷은 ‘미운 오리새끼’다. 매출과 이익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며 입맛에 따라 요리되고 있다. 그러나 결국 큰 날개를 펴고 아름답게 비상하는 백조가 될 것이라는 게 S회장의 신념이다.
오프라인에서 잔뼈가 굵은 그가 인터넷을 미래의 ‘백조’로 생각할 만큼 인터넷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는 생각이다. 하락장에도 희망이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은가 싶다.
<증권금융부·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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