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벤처기업(638)

새로운 모험<38>

“모두 25억원이 들어있습니다. 나중에 문제가 되면 제가 빌려주었다고 해주십시오.”

“저는 변호사 출신입니다. 선거 전에 이 정도의 돈을 주신 것은 아무리 빌려주었다고 해도 인정이 어려울 거예요.”

“그럼, 차용증서를 써서 공증을 시킬까요?”

“그렇게 되면 달라지죠. 나중에 받으실 것인가요?”

“나도 이제 정치에 입문하면서 동지들에게 돈놀이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법적인 문제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말썽이 나면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지만,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담을 수는 없죠. 어머, 식사중에 구더기 말이 나와서 미안해요.”

여자는 입을 살짝 막으면서 웃었다. 공식 석상에서 그녀를 보았던 것과 다른 느낌을 주었다. 공식 석상과는 달리 마주하자 여자를 느끼게 하였다. 그녀는 상당히 지적인 미녀였다. 그러했던 그녀가 세 번씩이나 이혼을 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물론 그녀의 의지와 무관하게 윤봉수의 말을 빌리자면, 정해진 운세인지도 모를 일이다.

“오 여사님께서는 그 동안 줄곧 재야에서 활동을 했는데, 이번에 제도권 속에 들어오는 셈입니다. 저 역시 경영인이었는데, 이번에 정치에 입문합니다. 정치 입문 동기로서 힘을 합쳐 잘 해나가기를 바랍니다.”

“당선이 될지 모르겠어요. 주위에서 나가 보라고 하고, 당에서 영입을 하여 공천하는 바람에 나서기는 하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유권자의 반은 여자입니다. 물론 여자이기 때문에 여성 후보자를 밀지는 않을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반이 여자라는 사실입니다. 오 여사님은 그동안 여권 운동을 많이 해오지 않았습니까. 그것이 효력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유권자들은 이제 정치 제도권에 들어가 여권 운동을 하라고 오 여사님에게 주문할 것입니다.”

“여권 운동, 여권 운동 하는데 소속되어 있는 단체가 그렇다 보니 그렇게 되었지만, 실제 여성에 국한된 일보다 정치 그 자체를 하고 싶어요. 왜 여자의 일을 여자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물었다. 나는 그녀와 식사를 하면서 이제 치러야 하는 선거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가 세 번 이혼했다는 사실을 상대방 후보가 들춰내어 공격할 것이라는 말이 나와서 그녀의 이혼 이야기도 나왔다. 나는 그것에 대응할 수 있는 작전을 만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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