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PCB산업의 주력 수출 시장인 미국·일본 PCB 경기가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어 국산 PCB 수출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세계적인 정보기술(IT) 경기 후퇴 여파로 미국·일본 등의 전자·정보기기 시장이 위축되고 이로 인해 미국·일본의 PCB업체들도 극심한 일감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PCB협회인 IPC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향후 미국 PCB산업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수주액 대비 출하액(BB)율 지수는 지난해 12월 0.92를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떨어져 지난 2월에는 급기야 0.79를 기록했다(BB율이 1 이상이면 앞으로 생산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이고 1 이하면 조업률이 저하되는 것으로 본다). 미국 PCB BB율이 연속 3개월 이상 1 이하로 떨어진 것은 16년 만에 처음 나타난 기록으로 미국 PCB산업 경기가 급전직하로 후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BB율 인하폭이 더욱 가파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게 IPC의 분석이다.
IPC는 특히 인터넷·닷컴 기업은 물론 일반 제조업의 IT투자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데다 소비자들도 컴퓨터를 비롯한 내구성 전자제품의 구매를 늦춰 미국내 IT기기 업체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고 부담으로 신제품 생산에 선뜻 나서지 못해 미국 PCB 경기는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PCB협회인 JPCA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86만8000㎡에 달하던 일본 PCB 생산규모는 올 1월 들어 254만1000㎡로 15%나 줄어들었다. 금액으로도 지난해 12월 실적 851억1400만엔에서 올 1월에 747억9900억엔으로 12.1%나 감소했다. 더구나 국내 주요 PCB업체가 수출 전략 상품으로 꼽고 있는 다층인쇄회로기판(MLB)과 플렉시블 PCB의 경우 지난 1월의 생산량이 지난해 12월보다 각각 11%, 13.5%나 줄어들었다.
국내 중소 PCB업체가 수출하고 있는 단·양면 PCB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한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올 1월 일본 단면 PCB 생산실적은 총 77만7000㎡로 지난해 1월보다 무려 25.6%나 줄어들었고 양면 PCB의 경우도 10.5% 감소한 53만5000㎡에 머물렀다.
미국·일본 IT기기 시장이 얼어붙음에 따라 국내 PCB업계의 대미, 대일 수출도 영향을 입고 있다.
한국PCB산업협의회(가칭)의 신영조 부장은 “가동률이 최근 들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소리를 업계로부터 듣고 있다”면서 “미국·일본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6월경에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페타시스의 정몽호 이사는 “세계 PCB 경기가 불투명해 올 하반기에 잡아놓은 대규모 설비투자를 다소 늦추는 문제를 회사 최고경영진들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수출선 다변화와 더불어 고부가가치 중심의 수출 구조를 갖기 위해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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