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벤처기업 (633)

새로운 모험 <33>

“동양철학을 전공하셨으니 주역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어떻게 하다가 전업을 하였는지 궁금합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점쟁이가 되었는가 궁금합니까? 난 돈 벌려고 전업했던 것은 아닙니다. 벌은 돈도 없습니다. 국회 출마를 앞두고 최근에는 사주보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만, 난 언제나 공짜로 봐줍니다. 이 사무실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특별 손님이 거액의 수표를 가져와서 주는 것은 받지만, 서민들의 푼돈은 받지 않습니다.”

“대중적인 인기가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상대방 후보가 점쟁이로 비하할 것은 생각하셨습니까?”

“점쟁이는 점쟁인데 뭘 감춥니까. 왜 점쟁이가 되었는가 물었지요? 그건 내 팔자인가 봐요. 내가 대학 교수자리에서 쫓겨났기 때문에 전업을 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잘못 짚은 것입니다. 나는 약 5년 전부터 신이 들리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을 처음 만나면 그 사람의 운세가 보이는 것입니다. 이렇게 신이 들리면 관상이나 출생을 따져 사주를 보지 않아도 미래를 알게 됩니다. 실제 이야기를 할까요? 거리 청소미화원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1시간 후에 죽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어서 나는 그 미화원에게 조심하라고 말했지요. 그런데 1시간 후에 그 미화원은 트럭에 깔려 숨을 거둔 것입니다. 또 다른 한 여자를 보았는데, 그 여자의 집에 도둑이 들어 그녀는 강간을 당하고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실려 가는 것이 보였어요. 거의 보이는 기분이었지요. 그래서 그 여자에게 조심하라고 했지요. 문을 꼭 잠그고 모르는 사람은 들여보내지 말라고 했지요. 그런데 그날 밤에 실제 도둑이 들었고, 그녀는 몸을 유린당하는 중상을 입었던 것입니다. 남편이 보는 앞에서. 또 다른 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는 같은 동리에 사는 아는 노인이었습니다. 그가 갑자기 길거리에 쓰러져 죽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노인의 기분을 생각해서 아무 말도 못했지요. 내가 나쁜 소리를 하면 그것이 그대로 맞는 듯해서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런데 며칠 후에 그 노인은 실제 뇌졸중을 일으켜 죽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남의 미래가 보이기 시작하자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의 미래 예측은 점차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집으로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지요. 나는 허는 수 없이 이 달맞이고개에 사무실을 차리고 점을 봐주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