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기업 e삼성의 지분을 계열사에 넘긴 「이재용씨 파장」이 증시에서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각 증권사들이 e삼성 관련 계열사들의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하고 있어 관련 주가가 당분간 하향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재용씨 파장은 지난 27일 외국인들이 대거 「팔자」에 나서면서 국내 증시에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하루 뒤인 28일에는 메릴린치, 엥도수에즈WI카 등 외국 증권사들이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하면서 내림세가 이어졌다. 이어 29일에는 국내 기관들도 이들 e삼성 매입종목의 투자의견에 「주의보」를 울렸다. 일부 증권사는 투자의견을 낮추거나 하향조정을 고려중이다.
메릴린치 증권은 e삼성 주식을 매입키로 한 제일기획 투자등급을 「매수」에서 「비중확대」로 한단계 내렸다. 엥도수에즈WI카 증권도 제일기획의 투자등급을 내려잡지는 않았지만 시장에서 정당화하기 어려운 처사라며 주가약세를 점쳤다.
국내 증권업계도 삼성증권과 LG투자증권이 투자의견을 「시장수준 수익」과 「보유」로 낮췄으며 한투증권은 「매수」에서 하향조정할 것을 검토중이다.
증시에서는 이재용씨 문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기업으로 삼성SDI를 꼽고 있다. 견실과 수익성으로 인식돼오던 이 회사는 투자의견 하향조정으로 시장가치가 떨어졌다. 삼성SDI 주가는 3일 연속 하락, 29일 5만8200원으로 내려앉았다.
LG투자증권은 e삼성 지분을 삼성SDI가 액면가 이하로 매입한데다 성장가치가 인정된다는 점에서 부당지원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지난해부터 추진중인 비전략적 사업부문 정리 방향과는 배치된다고 평가했다.
한투증권도 삼성SDI의 e삼성 인수자금 자체는 큰 규모가 아니지만 기업 지배구조 문제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삼성전기가 삼성생명 주식을 고가로 매입했다는 의혹이 일었을 때 주가가 35% 급락했던 점을 미루어 충분한 하락 모멘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TFT LCD 가격하락과 브라운관 재고 증가 등 산업 전망이 불투명하고 말레이시아 현지법인 상장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주가가 상승할 만한 호재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또 e삼성 주식을 매입한 제일기획 주가는 이날 0.49%의 소폭 반등세를 보였으나 지난 27일 가격제한폭 가까이 떨어진 데 이어 28일에도 4.65%나 하락했다. 삼성전기 역시 이재용씨 파장이 인 27일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기업지배구조」의 과정으로 인식되는 e삼성 지분 처리문제가 삼성 계열사의 주가에 언제까지 영향을 미칠지 증시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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