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종-서울대학교사회학과 교수
우리 사회의 급속한 정보환경 변화속에서 사이버범죄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보사회를 선도하는 대도시에 거주하는 상대적으로 교육수준이 높은 계층이나 젊은 계층에 비해 많은 사회계층이 소외감과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계층적·집단적 위화감이 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정보사회가 고도화될수록 이러한 계층간·집단간 격차는 산업사회의 노동문제만큼이나 핵심적인 사회문제가 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정보사회는 정보에 접근하고 활용하는 매체와 그 네트워크 기반의 발달에 따라 사회적 삶이 점점 정보네트워크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정책대안 못지 않게 그러한 문제가 무엇이며 어떤 성격을 지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계층간·집단간 정보격차는 통상 「정보격차(information gap)」 「디지털분할(digital divide)」 「정보불평등(information inequality)」 등의 개념으로 지칭되었다. 표1참조
이들 개념을 「표1」과 같이 비교검토했을 때 「디지털정보격차(digital information gap)」 개념이 경험적으로 현실적으로 더 유의미하다. 정보격차는 개념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정보를 포함한 너무 포괄적인 정보의 격차이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특수한 디지털정보네트워크환경을 기초로 한 정보 접근 및 활용의 격차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지 못한다.
디지털정보격차는 (1)정보네트워크사회에서 정보확산 및 통합과정에서의 양적·질적 격차다. 정보격차는 새로운 정보기술의 확산과정에서 불균등한 확산의 산물이다. 새로운 정보매체는 처음에는 서서히 보급되다가 결정적 다수를 형성하면 급격하게 확산되는 S곡선을 긋는다. 그러나 실제 정보확산은 일정한 단일경로를 밟는다기보다는 복합적인 경로를 가지며 각 단계에서도 복합적인 성격을 지닌다. 정보에 접근하는 PC·무선단말기·개인휴대단말기(PDA)·게임기·디지털TV 등 단말기에 따라 확산의 성격과 보급경로 그리고 사회적 의미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보확산은 재귀적이며 상호의존적이다. 정보확산과정에서 특정매체의 빈자는 다른 매체의 이용에서도 빈자일 가능성이 높다. TV·팩스·비디오텍스·이동전화·인터넷 등 정보매체는 서로간에 매체수용을 자극하여 사회적으로 연관된 이용행태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구조적이게 된다.
디지털정보격차는 (2)정보접근격차뿐만 아니라 정보의 지식화 및가치화 등 정보활용의 격차를 포함한다. 단순히 정보매체에 접근하여 이를 활용하는 것 못지 않게 자신의 필요와 욕구에 맞는 가치있는 정보를 수집하고 선별해 유용한 지식으로 만드는 활용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정보인프라가 고도화됨에 따라 인프라 위에 유통하게 될 콘텐츠(지식)의 중요성이 증대되면서 전산화와 네트워크화에 이어 고도화된 정보인프라에 상응하는 수집·정리된 정보를 지식화하고 부가가치화하는 고도의 정보활용능력이 더욱 요구된다. 정보격차는 이러한 정보활용의 격차를 포함한다.
디지털정보격차는 (3)경험적으로 확산과 통합과정에서의 사회적 격차에 주목하지만 동시에 다양한 사회적 여건속에서 정보불평등으로 구조화된다. 우선 정보격차는 정보접근 및 활용능력을 줄이고 정보를 활용하는 생활습관이나 스타일을 만들지 못함으로써 정보매체를 통해 제공되는 다양한 교육기회를 상실하게 한다. 또한 전통적인 교육기회에서도 정보매체를 활용하는 강의에 참여하는 것을 제약하며 취업기회까지 제약한다.
21세기형 「정보기반의 지식노동」은 정보활용능력을 기반으로 수집·정리된 정보를 자신의 전문적인 안목으로 지식화하는 노동이다. 아무리 높은 전문지식 수준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지금 어떤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최근까지 어떤 분야에서 어떤 연구결과가 나와있는지를 알지 못하고 시작한 연구는 아무런 쓸모도 없다.
특히 정보격차는 질적으로 그 격차가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 경제적 불평등과 교육·문화적 불평등으로 확대 전이된 정보격차는 정보격차 자체를 다시 확대 재생산한다. 단위 정보매체에 대한 격차를 넓힐 뿐만 아니라 여러 정보매체의 복합적인 활용을 제약함으로써 전체적인 정보격차를 확대한다.
미국에서도 PC보유의 격차뿐만 아니라 인터넷 이용의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으며 계층간 격차가 증가하고 있다. 동일한 사회계층내에서도 인종간 격차가 증가하고 있다. 표2참조
디지털정보격차는 (4)정보불평등으로 구조화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다. 우선 구조화된 정보격차는 정보 리터러시(literacy)수준의 차이를 가져온다. 우리의 전체 삶은 특정시대의 리터러시문화에 기초해 흡수된 지적·문화적 능력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문자매체가 지배하던 시대에 읽고 쓰는 능력이 갖는 의미와 동일하게 문자 이외의 다양한 멀티미디어매체에 의해 지배될 정보사회에서 기본적인 정보활용능력이 문화생활뿐만 아니라 교육 및 직업 등 사회경제
적 영역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정보불평등은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의 자기가능성(기회)을 제약한다. 정보사회에선 산업사회와 달리 개인의 창의성과 능력에 따라 매우 이질적인 지식체계를 습득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부가가치를 만드는, 유연한 경력과 생활방식을 가지며 또한 매우 개인화된 소비패턴을 지니게 된다. 하지만 정보불평등은 그러한 핵심적인 결정 자체를 제약한다.
게다가 정보불평등은 각 사회의 다양한 불평등 잠재영역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계층별 정보불평등은 노동·빈민·범죄 문제 등 사회문제를 확대시키며, 연령·학력별 정보불평등은 세대간 대화 단절, 학벌사회, 교육불평등과 같은 문제를 강화시킨다. 특히 정보불평등은 다양한 사회문제를 불평등하게 공론화해 사회갈등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정보사회는 사회적 차이와 격차를 의견으로 표현하고
공론장으로 끌어오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공론화의 범위도 대단히 넓다.
따라서 정보사회는 기존 사회문제가 쉽게 공론화되어 사회갈등으로 표출되고 그럼으로써 부분적으로 해소되는 긍정적인 면을 지닌 반면, 불평등한 공론화과정을 통해 축소되거나 왜곡되어 사회문제 자체가 심화되는 경향도 있다. 예를 들어 지역갈등을 내재한 나라에서는 지역간 정보격차는 지역내 공론장을 통한 지역주의나 편견의 유통 및 강화 등으로 지역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표3참조
따라서 디지털정보격차는 디지털환경에서 정보확산과정의 정보격차가 발생하는 과정과 그 격차가 사회구조적으로 정보불평등으로 이르게 되는 과정, 그리고 다양한 사회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디지털정보격차는 삶의 질을 높이는 정보사회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해소되어야 할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불평등 현상과 원인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정부·기업·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복합적인 해소방안을 도출하여야 한다.
정보격차문제는 기본적으로 「시장실패」문제다. 물론 시장의 자율기능을 보완하는 정부정책도 중요하지만 정부개입이 무한정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실패에 모든 책임을 전가할 수도 없다. 하지만 시장실패 못지 않게 정부실패문제도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디지털정보격차문제는 정보빈자들 자신의 참여하에, 그리고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디지털정보격차문제는 시장실패와 정부실패를 넘어서는 정부 -시장 -시
민사회의 복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사회문제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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