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 인프라 구축 촉구 배경

건강보험의 재정 파탄을 막을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대책으로 IT를 통한 보완, 해결책이 떠오르고 있다.

정보시스템을 이용해 의료기관이 수행하는 처방전 발급 및 약품 조제행위는 물론 국내 유통되는 모든 의약품에 대한 거래 현황을 투명화, 의료비 부당 청구와 의약품의 불법, 변칙 거래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처방전달 =병원이 발행하는 처방전을 전자문서화하고 이를 환자가 원하는 약국에 곧바로 전송하거나 중앙서버에 저장한 후 해당약국이 그 내용을 검색 또는 전송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사후 보험 지급비 심사시 병원과 약국이 청구한 보험료 내역을 일괄적으로 상호 조회, 대조해 볼 수도 있다. 보험료 부당 청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현장시험에서도 △처방내역 수정 및 분실 방지 △사후 모니터링 기능 △진료비 심사청구를 위한 입력시간 단축 △예약조제를 통한 환자의 조제대기시간 단축 △처방내역 전달의 정확성 등 각종 업무처리에 많은 장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

◇의약품 유통 정보화 =의약품 주문에서 대금결제에 이르는 모든 업무를 전자거래 형태로 전환하는 사업이다. 특히 삼성SDS와 한국통신을 전담사업자로 해 오는 5월부터 본격 가동될 의약품유통정보센터는 의약품 유통정보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병원·약국·약품 유통업자 등 이 사업과 관련된 기관·업체만도 전국 5만5000여개에 이르고 이를 통해 거래될 의약품 유통시장 규모는 무려 4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같은 선진 유통정보시스템이 가동되면 인터넷을 통한 의약품 전자상거래 사업이 가능해지고 의료기관과 약국의 약품거래 동향 및 실거래 가격 파악은 물론 약품정보, 시장정보 등 각종 의약품 관련 정보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할 수 있다. 또 의약품 대금이 정산시스템을 통해 결제되므로 대금회수 기일이 현행 250일에서 60일 이내로 단축된다.

◇의료정보시스템 확산의 걸림돌=현재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전자처방전달시스템은 시범사업 수준이거나 종이처방전의 보조 수단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전자처방전달 사용에 관한 법적 근거가 아직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한의사협회측은 전자처방전 발행의 제한적인 적용도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협의해 관련법(의료법·약사법)의 개정을 검토한 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약품 유통분야의 일대 개혁으로까지 인식되는 의약품 유통 정보화사업도 의약품 대금 결제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둘러싸고 시행자인 복지부와 의·약계 및 공급업체간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스템 가동을 불과 1개월여 앞둔 현재까지 약국은 1만8867개중 불과 2026개가 설치를 완료했으며 의료기관은 3만3722개 중 716처에만 설치가 이루어지는 등 시스템 확산, 보급에 어려움이 있다.

◇향후 전망 =올해 초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전자처방전 이용제도 개선」을 정부 규제개혁 대상 업무의 하나로 확정하고 오는 6월까지 제도시행과 관련한 필요사항을 마련, 보고하라고 해당부처에 지시해 놓고 있다.

하지만 실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와 협의 없이는 전자처방전 등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정부측의 강력한 의지가 없는 한 전자처방전달 도입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는 또 의약품유통정보시스템이 본격 가동되는 5월부터 제약회사, 도매상 등 공급업체는 이 시스템을 통해서만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약제비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일선 병·의원과 약국에 대해서는 뾰족한 유인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들 주요 의료정보시스템이 조기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제적인 시행에 앞서 일선 의료계가 확실한 경제적 동기를 느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우선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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