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모험<24>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자선사업을 한 것을 탓할 수는 없었다. 그런 일을 하지 않고도 의원 출마를 하는 사람이 많은데,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자선사업을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나은 일이다. 하지만, 목적이 순수하지 못할 경우 위선자로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정치에서 위선을 문제삼을 수 있는 것일까. 그 사실에 실망하는 나 자신도 과연 위선된 점이 없을 수 있는 것일까. 막대한 돈을 풀면서 정치적인 입지를 가지려고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위선된 일이 아닐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강문수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잠자코 있었다. 강문수가 조용히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정치에 야심을 가지고 자선사업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게 나쁩니까? 그것도 하나의 정치죠. 민심을 읽고, 그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것도 말입니다. 나는 자신 있습니다. 그렇지만, 예정되어 있는 상대방 후보가 집권 여당 공천 예정자이고, 현 의원입니다. 막대한 돈을 가지고 있는 사업가이기도 합니다. 노용만은 항만사업을 하지요. 그는 이제 환갑이 되면서 나보다 나이가 열살 많고, 무엇보다 3선 의원이지요. 아시겠지만, 상대가 워낙 막강합니다. 그렇지만, 이 지역 유권자들은 저를 더 지지합니다.』
나는 문득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도가 85%나 나온 것을 상기했다. 그의 말이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상대방 후보는 돈을 풀 가능성이 있습니다. 돈을 푼다는 것은 선거법을 위반하면서 유권자를 회유하거나 관광을 시켜준다거나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조직을 활성화시키거나 자원봉사자를 극대화시키는 것을 뜻합니다. 모르지요. 노 의원이 그 이상의 무리수를 두면서 돈을 풀지는. 어쨌든 그렇게 되면 저도 위험하지요. 재정위원장님께서 잘 말씀드려, 당에서 저에게 자금지원을 좀….』
그는 비굴하게 웃었다.
『당은 돈이 없습니다. 어느 정도는 지원할 수 있지만, 지원해줘야 하는 수가 워낙 많아서 개인에게 풍족한 지원을 기대할 수 없지요. 다만, 제가 개인적으로 지원을 해드릴 수는 있습니다.』
『개인적으로요? 개인적이라… 허긴, 최 회장님은 벤처기업을 일으켜 한국의 손정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니….』
그제야 그는 내가 단번에 거부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눈을 반짝 빛냈다. 그는 자세를 고쳐 앉으면서 나에게 얼굴을 바싹 대고 속삭이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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