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용주의 영화읽기> 리키 토나치 감독의 「캐논 인버스」

음악을 향한 젊은이들의 사랑과 운명의 순환고리를 다룬 작품. 이탈리아 영화인 「캐논 인버스」는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과 함께 운명적 사랑이라는 고전적 테마를 감성적 멜로로 풀어간다. 음악과 사랑, 운명이라는 키워드가 엮어가는 화면과 스토리는 익히 몇 편의 음악영화에서 보아왔던 낯익은 차용이다. 하지만 추리적 구성을 곁들여 전개되는 「캐논 인버스」는 여전히 비극적인 감수성을 자극하는 매력이 있다. 영화의 일등공신은 물론 영화음악의 거장 엔리오 모리코네의 솜씨다. 애잔한 집시의 바이올린 선율이 느껴지는 주제곡 「인버스 캐논」은 화려하지 않지만 클래식 소품으로 손색이 없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이 주제곡은 바이올린과 함께 주인공 출생에 대한 비밀의 열쇠이자 극적 반전을 꾀하는 모티브로 사용되고 있다. 엔리오 모리코네는 음악이 훌륭한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낸 셈이다.

원제인 「캐논 인버스」는 작곡기법의 하나인 캐논의 변형으로 악보을 앞에서부터 연주하는 사람과 끝에서부터 연주하는 사람이 정점에 이르러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게 되는 음악을 이르는 용어. 극과 극의 만남이라는 의미의 음악적 용어는 영화 속에서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는 사랑을 의미하는 동시에 서로 다른 신분으로 일생을 살아야 했던 형제의 운명을 상징하고 있다. 영화는 고아로 자란 한 여대생이 음악을 연주하고 바이올린을 주고 떠난 남자를 찾아 나서게 된 과거의 회상과 그 남자가 자신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회상하는 두 가지 시점의 플래시 백이 사용되고 있다.

어머니와 함께 사는 예노에게 아버지의 추억은 어머니가 흥얼거리는 「인버스 캐논」의 선율과 얼굴모양이 새겨진 바이올린뿐이다. 「인버스 캐논」은 음악가가 되고 싶었던 아버지가 작곡한 소품. 예노는 재혼한 어머니의 뒤를 따라 돼지농장에서 일하며 아버지가 남기고 떠난 바이올린을 익힌다. 그의 유일한 낙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소피 레비의 연주를 들으며 바이올린을 켜는 것. 어느 날 그는 꿈에 그리던 소피 레비를 만나지만 그녀는 이미 결혼한 몸이다. 예노의 재능을 알아챈 소피는 그에게 음악학교에 입학할 것을 권하고 예노는 그곳에서 가장 친한 친구 데이비드를 만난다. 음악으로 세상을 지배하겠다는 그들의 꿈과 우정은 점점 강렬해지고 소피에 대한 예노의 사랑도 점점 깊어진다. 독일 나치의 공격으로 유태인인 데이비드가 학교를 그만두게 되자 예노도 그를 따라 고향으로 동행한다. 하지만 데이비드의 집에서 예노는 죽은 아버지가 작곡했다는 「인버스 캐논」의 악보와 자신의 집에 걸려 있던 아버지의 사진을 보게 된다.

「캐논 인버스」는 영화와 음악이 영원히 인간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아름다운 해답이 들어 있는 작품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