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기업에서 배운다>10회-NTT도코모

NTT도코모 「i모드」의 성공신화는 동화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콩나무를 닮았다.

자고 일어나면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인기가 치솟고 가입자수는 주체할 수 없는 속도로 늘어났다. 콩나무 주인인 잭이 횡재를 했듯이 NTT도코모도 하루아침에 세계 이동전화사를 다시 쓴 지존의 자리까지 떠올랐다.

지난 99년 1월 서비스를 시작한 i모드가 불과 2년 만인 지난 1월 1800만여명의 가입자를 모으고 1000개가 넘는 인터넷포털을 연결사이트로 이끌어내면서 NTT도코모는 일약 일본 제1의 이동전화사업자로 부상했다. 오는 5월 이후에는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이라 불리는 3세대(G) 이동전화서비스를 본격 개시하며 이 시장 주도권마저 틀어쥘 태세다.

이러한 i모드의 성공 뒤에는 이동전화서비스의 진화방향을 정확히 간파하고 이용자들의 요구를 먼저 만들어내 제공하는 이른바 선행 마케팅이라는 비결이 숨어있다.

NTT도코모는 자사 i모드 브랜드에 개인모바일 인터넷접속도구(Personal Mobile Internet Access Tool)라는 옷을 입혀 사용목적과 구성내용을 일체화해 사용자들에게 깊이 인지시킴으로써 무선인터넷과 이동전화의 진화방향을 명확히 제시하는 데 우선적인 힘을 쏟았다.

i모드 이용자들이 게임, 실시간뉴스, 온라인뱅킹, 날씨정보, 주식정보, 전화번호검색, 인터넷쇼핑, 티켓예약 등 어떤 무선인터넷 정보든지 단말기에 달린 「i모드 버튼」 하나를 누름으로써 모두 통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동전화가 단순한 음성전달의 기능을 넘어 데이터통신, 특히 무선인터넷의 창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예견한 단안이었다.

인터넷 주소체계 및 프로그래밍언어의 진화속도에 발맞춰 i모드의 기능과 기반기술이 지속적으로 변화·발전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오늘의 성장을 낳은 밑거름이 됐다. 2001년 1월 현재 무려 3만7000여개의 웹사이트가 i모드 단말기에서 돌아갈 수 있도록 간단한 그래픽과 텍스트로만 구성돼 서비스되고 있는 것은 i모드가 출발부터 HTML과 HTTP를 모두 지원하는 방향으로 포용성을 갖추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들 사이트의 수는 하루에도 수십개씩 늘어나고 있다. 또 지난 1월 26일부터는 「i어플라이(i αppli)」라는 자바 기반의 서비스까지 개발, 제공되고 있다.

이동전화가 자체의 이동성만 가진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요구와 인터넷정보의 흐름에 따라 항상 변화·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용자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NTT도코모 i모드의 궁극적 진화방향은 WCDMA방식의 FOMA(Freedom Of Mobile multimedia Access)로 요약된다. 3세대 이동전화서비스의 첫번째 주자라는 점을 전세계에 널리 알리며 i모드 서비스의 혈통과 인기를 다음 세대까지 이어가겠다는 전략적 계산이 바탕에 깔려있다. 현재의 i모드가 인터넷 액세스의 개인터미널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면 FOMA는 이보다 한층 강화된 동영상, 음성, 데이터 등 그야말로 멀티미디어 액세스용 터미널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이 담겨 있다.

이용자의 입장에서 탑재될 콘텐츠의 종류와 기능을 고민하고 그것을 최적의 상태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이용자 제일주의」는 i모드 서비스 전반에 깔려있는 바탕정신과도 같다.

콘텐츠 하나하나가 일본인의 특성이 맞게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포장돼 사용자들을 유혹한다. 사용자들은 장소에 상관없이 빠르게 쉽게 인터넷에 연결해 그것을 선택하고 즐기면 되는 것이다. 단순함과 편리성을 이용자의 몫으로 제시한 것이 무엇보다 주효했다. 잠깐 동안의 시간적 짬을 이용해 문자메시징이나 영상다트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젊은 감각의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은 것이 대박으로 터진 것이다.

10, 20대는 물론 30대 비즈니스 계층까지 포용할 수 있는 서비스정신도 i모드 성공의 원동력이 됐다. 물론 가입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신세대를 위한 서비스에 더 많는 노력과 정성을 쏟았겠지만 비즈니스 계층도 업무 용도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원초적 흐름은 신세대에게서 잡지만 여타의 주변세대와 계층도 가입자 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을 막아내는 절묘한 전술이 빛나는 대목이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라고 했다. NTT도코모는 지난해 3월 향후 10년간의 원칙적 사업방향과 진로를 담은 「비전2010」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지금까지의 성공과는 비교가 안되는 원대한 꿈과 지략이 담겨 있다.

NTT도코모 비전2010의 핵심내용은 「MAGIC」이란 단어 하나에 함축돼 있다. 여기서 M은 무선멀티미디어(Mobile multimedia)의 뜻을 담고 있으며 A는 언제, 어느 곳, 누구든(Anytime, anywhere, anyone)을 뜻한다. 또 G는 글로벌 이동성을 지원한다는(Global mobility support) 내용이며 마지막 I와 C는 통합무선솔루션 및 개인용 서비스(Integrated wireless solutions and Customized personal service)라는 뜻이다.

2년 만에 지존의 자리에 오르는 기적을 만들어낸 도코모가 향후 10년 동안 어떤 모습을 만들어갈지 주목된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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