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IT포럼과 전자신문사가 공동주최하고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후원한 통일IT포럼 공개 세미나가 8일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북한의 IT정책과 남한기업의 북한진출 전망」이라는 대주제 하에 열린 이번 공개세미나에서는 통일연구원 서재진 연구위원의 「2001년 남북관계 및 북한의 개방정책 전망」, 건국대 경영정보학과 안준모 교수의 「북한의 IT 현황과 정책-평양정보센터 및 조선콤퓨터쎈터를 중심으로」, 문광승 하나비즈 대표의 「남북 IT합작사업의 추진과 단둥·신의주 IT 단지 조성 계획」에 대한 주제발표와 자유토론 순으로 2시간 30분 가량 진행됐다. 이날 주제발표 내용을 정리한다. 편집자◆
◆문광승 하나비즈 대표이사
남북 IT합작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우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조치를 이해해야 한다. 지난 97년 7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한국 등 33개국 대표가 모여 「재래식 무기와 이중용도품목 및 기술의 수출통제에 관한 바세나르 체제」를 출범시켰다. 바세나르 체제는 대공산권 수출통제체제인 COCOM이 공산권붕괴와 더불어 94년 3월 해체됨으로써 이를 대체하기 위한 후속체제로, 96년 7월 제1차 총회를 치르면서 공식 출범하게 됐고 96년 11월 1일 정식 발효됐다.
바세나르 체제는 무기와 이중용도 관련 품목 2가지 축으로 구성돼있다. 이중용도 품목은 제품의 기능에 따라 신소재·소재가공·전자·컴퓨터·통신장비·레이저 센서·항법장치6해양기술, 추진장치 등 9가지 군으로 분류된다.
우리정부의 전략물자 반출제한도 문제다. 현재 정부는 바세나르 협정의 근거로 남북경협에서 북한의 군사적 긴장을 고려해 신소재·전자장비·통신·정보보안 등 대외무역법상의 전략물자 관련사업을 반출제한 품목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99년 6월 현대전자가 삼천리총회사와 컴퓨터 생산설비 기자재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시설자재 반출 승인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정부는 불허했다.
한편 남북간 기간산업 현황을 보면 우선 현대그룹은 「금강산밸리」를 기획했다. 지금까지 관광지구로 한정됐던 금강산 지구를 조만간 특별경제지구로 지정하고 우선 해금강 남단에서부터 통천까지의 지역이 세계적인 무역·금융·문화·예술·환경 도시로 개발하는 내용이다.
현대는 또 북한의 요청에 따라 금강산 지역에 실리콘밸리와 같은 첨단기술 연구개발단지(가칭 금강산밸리)를 조성하고 북한의 첨단기술 인력을 활용, 첨단기술 연구개발을 공동 추진키로 했다.
다음으로 상반기 착공이 예상되는 개성공단사업이 있다. 남한 수도권과 인접해 자원공급이 원활하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서해안산업단지 벨트화와 경의선 복구사업에서 오는 물류비 절감효과는 2500만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한다. 남한 사회간접자본(SOC)시설을 활용하기도 용이하다.
개성단지는 산업단지의 개발과 운영주체가 남한기업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북한당국과 협의가 있겠지만 산업단지 내부관련 사항은 남한기업과 협의하므로 경영상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북경협 1세대인 IMRI도 모니터 분야에서 모니터 인쇄회로기판(PCB) 임가공 사업을 벌여 지난 98년부터 국내에서 북한으로 생산설비와 원·부자재를 반출하고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해 모니터 부품인 PCB를 조립 생산해 전량 국내에 반입, 당사의 상주 공장에서 모니터 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인터넷 교육업체인 엔트렉도 평양연구소 설립 및 교육센터를 운영하면서 1차 교육(3D 동영상 기술교육, 100명) 2차 교육(애니메이션, 150명) 3차 교육(멀티미디어, 250명)사업을 벌였다.
하나비즈도 단둥-신의주 IT단지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2월 6일부터 10일까지 4박 5일간의 평양방문을 통해 북한의 민족경제협력련합회(민경련) 및 평양정보쎈터(PIC)와 단둥-신의주IT단지 조성을 위한 남북합작회사 설립에 합의했다.
사업형태는 자본금 200만달러 규모로서 지분율은 하나비즈 60%, PIC 40%다. 하나비즈는 단둥-신의주IT단지 조성에 필요한 시설을 제공하고 PIC는 단지내에서 남한의 IT기업들이 활용하게 될 북한측 인력을 공급하게 된다. 이와 함께 합작회사 안에 혹은 별도로 북한의 IT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 및 지원센터를 설립키로 합의했다.
구체적 합의사항은 △합작회사 설립 후 PIC는 우선적으로 10여명의 기술인력을 1차단지가 조성될 단둥에 파견 △합작회사에 투자한 남한기업들이 북한에 우선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우대 방안 마련 △단둥-신의주IT단지 활성화를 위한 부대 교류사업 공동 진행 △북한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남한에서 상품화해 판매하는 것 등이다.
향후 남북협력사업에 대해서는 우선 남북경협과 정보통신산업의 대북 진출이 희망적이고 북한 정보통신산업의 정확한 현실 판단이 기반될 때만이 정보통신산업을 매개로 남북경협의 물꼬를 틀 수 있다.
북한 정보통신산업의 현실은 컴퓨터·반도체·소프트웨어·조선콤퓨터쎈터 등 분야별 성과와 실적을 위주로 평가돼야 하며 이는 남한 정보통신의 현주소와 비교 검토돼야 한다. 또한 정확한 현실판단이 이뤄지려면 정보통신 교류협력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요건을 살펴봐야 한다. 이 제도적 여건은 △국내제도의 정비 △남북한간 통신망 연결 △통상·통신 협정 △전략물자 수출통제제도 개선 및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완화 등이다.
남북한이 서로의 장단점을 잘 보완하면 IT사업은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북한의 IT인력들은 남한 인력보다 기초기술에 있어 훨씬 우수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자본주의적 경영마인드와 마케팅 능력, 자본 부족으로 개발물을 상품화시키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또 국제적인 과학기술 교류부족, 미국의 대공산권 수출통제, 하이테크 제품에 대한 대북한 유통금지를 규정한 조치 등으로 응용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따라서 북한의 기초기술과 남한의 응용기술 및 마케팅 능력이 합쳐진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창출될 것이다. 벤처기업들은 북한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준비를 바탕으로 이런 대북사업을 추진해야 하며 북한에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안목에서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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