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SW 불법복제 단속 내용과 파장

정부가 예고한 소프트웨어(SW) 불법복제 단속이 5일부터 본격 시작되면서 관련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단속을 통해 SW 불법복제의 뿌리를 뽑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후속 조치를 실시할 계획으로 향후 처리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SW 업계는 「대환영」이다. 지난해 SW 불법복제로 매출확대에 도움을 받았던 업체로선 이번 단속이 기대이상의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속 대상이 되는 기업과 공공기관은 죽을 맛이다. 잘못하면 벌금을 포함한 구속은 물론 기어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번 SW 불법복제 단속의 형태와 업계에 미칠 영향, 그리고 단속 이후 조치 등에 대해 정리했다.

◇정부의 단속배경과 의지=정부가 SW 불법복제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하기로 한 것은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맞춰 그동안 지적되어 오던 지적재산권보호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점도 있지만 SW의 불법복제를 근절해 우리나라 SW산업의 발전을 꾀하겠다는 의지가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목적에서 정부의 의지는 단호하다. 일찍부터 SW 불법복제 단속에 대한 경고를 해 온 만큼 이번에는 「법대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난달 19일 정통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SW 불법복제 방지를 중점적으로 실시하라는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경고나 벌금같은 상식적인 조치 이상일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사안에 따라서는 시범케이스로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을 적용해 기업의 경영자나 기관의 책임자를 구속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는 것이다.

이를 반증하듯 정통부는 검찰과 합동으로 21개 반, 연인원 1만6000여명을 이번 단속에 투입하기로 했으며 기업과 기관의 성격을 불문하고 무작위로 3000곳을 선정해 단속을 펼 계획이다. 단속 투입인원이나 대상이 예전과 확연히 다르다.

정통부의 손홍 정보통신정책국장은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이 10% 정도 낮아지면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매출액이 1조3000억원 증가하고 8만여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된다』며 『이번 단속은 지식정보사회의 핵심산업인 소프트웨어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번 SW 불법복제 단속에 대한 정부의지는 종래처럼 형식적인 것이 아니다. 예전과 달리 강력하고 확고하다.

◇업계 반응 =우선 SW 업체들은 대부분 정부의 대대적인 SW 불법복제단속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단속이 지나치게 유명 SW 업체들에 편중돼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지적은 이번 단속 대상이 된 SW의 면면을 보면 설득력을 얻는다. 단속 대상 제품은 마이크로소프트, 시만텍, 어도비시스템 등 해외 업체들의 고가 제품과 한글과컴퓨터, 안철수연구소, 나모인터랙티브 등 국내 유명 업체의 제품에 국한돼 있다. 따라서 수많은 국내 영세 SW 개발자들은 이번 단속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SW 개발업체의 대표는 『정부가 진정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에 대해 육성 의지가 있다면 단속 대상을 보다 확대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SW업계의 반응과 달리 사용자들도 각기 준비상황에 따라 입장이 다르다. 대부분의 대기업은 이번 단속을 대비해 일찍부터 내부 점검에 들어갔으며 당장 단속이 나오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99년 단속 이후 꾸준히 내부 검열을 지속해 이제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테헤란밸리의 닷컴기업을 비롯해 중소 기업들은 이번 단속의 불똥이 기업 자체를 흔들리게 만들 수도 있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실제로 모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경우 자체 조사 결과 절반 이상이 불법 복제된 SW로 밝혀져 대안 마련에 급급한 상태다.

이 업체의 대표는 『엔씨소프트나 옥션처럼 자리를 잡은 업체들이야 도덕성에 손상을 입는 정도지만 우리같은 중소 업체는 재정적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라며 『그래도 현재로서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구입비를 충당할 방법이 없는 상태』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향후조치=정부는 4월까지로 예정돼 있는 집중 단속 이후에도 상시적인 대국민 홍보와 관련 법개정을 통해 SW 불법복제를 뿌리뽑을 방침이다. 정부는 정통부뿐 아니라 SW 불법복제 홍보와 관련된 전 부처를 동원해 대국민 홍보의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전략이다.

우선 국정홍보처와 문화부를 중심으로 SW 불법복제의 피해를 골자로 하는 공익광고를 만들어 각종 매체를 통해 전파할 계획이다. 또 행자부는 반상회를 통해 불법복제의 부작용과 정품 SW 사용법을 국민에게 알려나가고 정통부는 홍보용 포스터를 만들어 각급 기관에 배포하고 기업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정품 SW 사용 기관임을 표시하는 인증서를 부여할 방침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SW 지적 재산권 교육을 강화한다.

대국민 홍보 이외에 SW 불법복제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에서 우선 개정할 법률은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과 「사법경찰의 직무를 대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이다. 현재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에 따르면 SW 불법복제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정부는 이 형량을 5년 이하의 징역으로 높일 계획이다. 또 「사법경찰의 직무를 대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지금까지 행정 경고 등의 사후 조치에 그쳤던 단속반의 권한을 수사권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백형기 연구원은 『관련법의 개정은 소프트웨어 저작권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다른 지적재산권 관련 법률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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