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캠퍼스]얄팍한 상술에 고민하는 대학가

01학번으로 대학 신입생 꿈에 부풀어있던 숭실대 인문학부 K군은 입학식도 치르기 전에 낭패를 당했다.

이유는 다름아닌 학과 선배를 사칭한 사람에게 이끌려 구입한 수십만원어치의 어학교재 때문이다.

전공을 위해서는 꼭 구입해야 한다는 그럴듯한 속임수에 빠진 것이다.

K군은 『아직 대학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사회의 부조리한 단면을 먼저 경험한 것 같아 기분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해마다 입학철이 다가오면 학교를 배회하며 입담좋게 신입생들을 유혹, 낭패를 보게 하는 강매행위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자격증 및 어학교재를 빙자한 불공정 판매행위에 관한 피해가 무려 1만500여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입학시즌이 성수를 이루는 1월 말에서 3월 초 사이에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대부분 대학당국에서는 피해액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이렇다 할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어서 실제 피해규모는 훨씬 큰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수법도 다양해 반드시 신입생만을 노리지도 않는다.

숭실대 정보통신학부 3학년 L씨는 지난달 황당한 경험을 했다.

휴대폰을 통해 인터넷 사이트에서 응모한 이벤트에 당첨이 됐다며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를 물어온 것이다.

그러나 며칠 후 L씨가 받은 것은 고액의 대금고지서와 조잡한 경품이었다.

실제로 대학가에서 이러한 피해사례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정도로 보편화되고 있다.

또 유명 방송사의 설문조사를 빙자해 일단 휴대폰 번호만 적게 하고 작은 경품을 먼저 나눠준 뒤 며칠 후 전화를 걸어 더 큰 이벤트에 당첨됐으니 주소를 대라고 하며 고지서를 발부하는 등 날로 그 형태가 다양화되고 있다.

소수 대학의 경우 규찰대를 두어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시키려하지만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강매를 하는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를 빙자하고 선배를 가장한 경우가 가장 흔하다.

또한 자격증 취득과 군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유혹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강매임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이미 계약철회기간이 만료됐다는 핑계로 해약할 수 없는 사례도 허다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원치않는 물품을 구입하는 일이 대다수다.

원치않는 학원등록의 경우 이제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상에서도 이뤄지고 있는데 바로 인터넷을 통한 취업 및 아르바이트 정보 사이트를 이용하는 예가 그렇다.

겉으로는 구인을 원하는 것처럼 웹마스터나 웹디자인을 배우면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고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러나 실제로 전화를 해보거나 방문해보면 일정비용을 내야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는 등 학원 등록비만을 챙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려운 처지에 배우면서 공부하겠다는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여간 큰 어려움이 아니다.

이런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는 이유 없는 친절과 호의에 쉽게 넘어가서는 안된다.

또 안내자료나 경품 등을 미끼로 주소를 요구한다고 알려주면 일방적인 계약이 성립되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사전예방에도 불구하고 만약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20세 미만의 미성년자인 신입생의 경우 부모의 동의 없는 계약은 무효화할 수 있다.

또 계약서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청약을 취소할 수 있으나 이때는 업체에 내용증명우편을 보내야 하는 점을 미리 알아두면 이런 피해를 조금이나마 방지할 수 있다.

점점 상업화·상술화돼가는 대학가에서 학생들마저 상술의 제물이 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명예기자=오은정·숭실대 ilmdd@hnmail.net>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