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주의 상징인 미국의 나스닥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국내 증시에 적지 않은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
나스닥시장은 지난 28일(현지시각)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조기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지면서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2200선마저 무너졌다.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이날 오전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증언에서 『최근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미국경제의 급격한 둔화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며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열어놓았지만 구체적인 금리인하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그린스펀 의장이 조기 금리인하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던 미국 금융시장은 실망 매물을 토해내며 상승하던 나스닥지수를 하락세로 돌려놓았다. 결국 이날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55.99포인트 하락한 2151.83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2월중에 22%나 폭락한 것이며 지난 98년 12월 22일 이후 2년여만에 최저 수준이다.
최근 미국 증시의 침체는 이처럼 그린스펀이 금리인하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내놓지 않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경기저점논쟁이 한창인 미국의 경기부진에 따라 정보기술(IT) 등 첨단기술업체의 실적이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스닥의 분위기를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나스닥시장의 불안은 코스닥 등 국내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실제로 골드먼삭스가 지난 27일 경기부진으로 EMC·HP·어플라이드마이크로서킷 등 30개 기술주에 대해 올 실적추정치를 하향조정하면서 나스닥지수가 이날 무려 100포인트(4.36%) 넘게 하락했다. 이에 따라 코스닥시장은 28일 나스닥지수 급락여파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며 월중 최저인 76.76으로 2월장을 마감했다.
문제는 이같은 IT업체의 실적악화 우려가 줄을 잇고 있다는 점. 나스닥지수 2200선이 무너졌던 28일에도 리먼브러더스가 반도체업체인 알테라와 자일링스가 경기부진에 따른 재고증가로 1·4분기 매출실적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발표했다. 이 여파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92%나 떨어졌으며 관련업체의 주가도 하락했다.
올들어 시스코·노텔·델 등 대형 IT업체의 실적악화 우려가 고비 때마다 나스닥시장 상승세의 발목을 잡았다. 이 때문에 코스닥시장은 이달 미국 나스닥시장의 불안과 국내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에 따른 자금유입의 부진으로 당분간 불안한 장세를 연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김동준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나스닥은 올해 두 차례의 금리인하에도 불구, 심리적 지지선마저 무너져 당분간 본격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며 『나스닥 폭락은 코스닥시장과 국내 첨단기술주의 주가를 압박할 것』으로 진단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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