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양대산맥 M&A 전략>상-인텔

세계 반도체업계의 양대 산맥인 인텔과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는 생산 분야는 서로 다르지만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로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켜나가고 있다.

이들 두 회사는 자사의 부족한 기술력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 인수합병(M&A)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데서도 공통점을 같이한다. 날로 발전하는 기술 동향을 한 기업이 다 소화할 수 없는 현실에서 최근의 정보기술(IT) 대형업체들은 M&A와 제휴 강화 등을 통해 사업다각화와 신제품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인텔과 TI가 적극적인 기업 인수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2회에 걸쳐 조명한다.

◇인텔의 M&A 전략 ＝ 인텔은 PC용 중앙처리장치(CPU) 분야에서 세계 최대 업체지만 통신·네트워크·인터넷 관련 솔루션 개발에도 이에 못지 않은 강점을 갖고 있다. 이 회사가 향후 신규 핵심사업으로 계획하고 있는 분야는 최근 몇년 동안의 M&A 전략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인텔은 지난 97년부터 98년까지 그다지 적극적인 M&A 활동을 하지 않았다. 이 기간에는 「케이스테크놀로지」 「디나커뮤니케이션」 「시바」 등을 인수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들 업체의 인수를 기반으로 네트워크 분야의 기본 기술을 확실히 확립시켰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인텔의 적극적인 M&A는 99년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99년 이후 통신·네트워크 관련 업체들의 인수를 통한 관련 기술을 꾸준히 손에 넣고 있다. 99년에는 8건의 대형 M&A를 성사시켰으며 지난해에는 11건의 인수를 단행했다.

이 회사가 99년 이후 M&A를 통해 도입한 기술을 살펴보면 인터넷 통신·디지털 모뎀 xDSL·스위치·사설교환기·네트워크 프로세서 및 컨파일러 등이 있다. 이 기술들은 인텔이 추진하고 있는 「IX 아키텍처, 인터넷 익스체인지 아키텍처」의 보강을 위해 도입된 것들이다. 인텔은 이 기술들을 사용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제품, 서비스 제공 등 종합적인 네트워크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다.

인텔에 인수된 업체들 가운데 99년 4월 M&A가 발표된 「레벨원」은 고속통신 기술과 네트워크 기기용 반도체 접속 솔루션을 제공하는 IC 기술업체다. 또 같은해 6월에 인수된 「디아로직」은 표준 컴퓨터 통신 소프트웨어 및 네트워크 인터페이스 보드업체다. 두 회사는 모두 인텔이 자사의 서버 비즈니스를 보강할 목적으로 인수한 업체들이다.

컴퓨터·통신 기술 관련 업체 인수는 디아로직 외에도 「파리티소프트웨어」 「피카소커뮤니케이션」 「트릴럼디지털시스템」 등이 있다. 그밖에 디지털 셀룰러 기술과 네트워크 프로세서 기술 관련 업체들의 인수도 잇따라 성사됐다.

이 같은 인텔의 인수 과정은 향후 성장이 확실시되는 네트워크 비즈니스에 대해 아키텍처·반도체 칩세트·표준 보드 및 소프트웨어 등 네트워크 시스템의 기반 기술을 구축해 실리콘 시스템 프로바이더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인텔은 최근 4년 동안 25개 업체를 M&A하는 데 867억2000만달러를 투입했다. 그러나 이 천문학적인 금액은 만약 인텔이 이런 기술을 혼자서 연구개발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과 비교한다면 적은 금액이다. 인텔은 결국 비용과 시간을 모두 절감시킨 효과를 봤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인텔은 최초의 프로세서인 「8008」의 출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전개해온 반도체칩 사업을 통해 PC의 표준칩 공급업체로서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모바일기기·디지털 가전기기를 시작으로 한 탈(脫) PC기기의 개발과 생산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인터넷을 이용한 e비즈니스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 회사는 최근의 e비즈니스의 급속한 확대가 서버 수요의 증가와 함께 네트워크 기기 및 관련 소프트웨어 수요 증가로 연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국 인텔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 기업 인수를 단행하는 것은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