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업계의 앙숙관계로 잘 알려진 3R(대표 장성익)와 성진씨앤씨(대표 임병진)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었다고 21일 전격 발표해 DVR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3R는 성진씨앤씨의 전환사채(CB) 25억원어치를 인수하고 이를 계기로 제품개발 및 마케팅을 공동 추진하기로 하는 등 협조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치열한 시장경쟁을 벌이며 상호 비방전까지 벌여온 두 회사의 적대적 관계가 협조체제로 전환돼 DVR시장 질서 회복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는 지난 99년 말부터 대립관계를 보인 이래 최근에는 「퍼스트정보통신의 성진씨앤씨 기술도용 사건」을 둘러싸고 법정다툼 일보직전까지 갔다. 두 회사가 돌연 전략적 제휴를 통한 협조체제 구축에 합의한 것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시장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불필요한 소모전을 지양하는 한편, 이전투구식 비방전에 대한 비판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전략적 제휴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두 회사의 주력 제품군이 차별화되지 않아 상호보완의 이점이 별로 없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국내외 시장에서 공동 마케팅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3R와 성진씨앤씨가 해외시장에서 전개해온 영업방식이 「자가 브랜드 중심 수출방식」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위주 수출방식」으로 판이하게 달라 유기적인 업무협조체제 구축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 1년반 동안 심한 감정대립을 보여온 두 회사가 이번 전략적 제휴 발표를 계기로 서로에 대한 불신감을 한순간에 털어내고 신제품 개발 등 연구개발 분야에서 협력도 그리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이번 전략적 제휴 발표가 코스닥등록기업인 3R와 코스닥등록을 추진중인 성진씨앤씨 두 회사의 주가관리 및 이미지 제고용 일회성 행사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회의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부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상호 비방전으로 DVR업계의 이미지를 실추시켜온 두 회사가 전격적으로 전략적 제휴를 통한 협조관계 구축을 선언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DVR시장에 신선한 활력소가 될 것이란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적과의 동침」을 선언, 관련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3R와 성진씨앤씨가 앞으로 이번 전략적 제휴관계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관심있게 지켜 볼 일이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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