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용주의 영화읽기>다케나카 감독의 「도쿄 맑음」

국내 관객에겐 「쉘 위 댄스」와 「으랏차차 스모부」의 개성 있는 영화배우로 더 친숙한 다케나카 나오토가 세 번째로 메가폰을 잡은 작품. 일본의 사진작가 아라키 노부요시의 실제 러브스토리를 영화화했다. 아라키 노부요시가 찍은 그의 부인, 요코의 사진과 에세이를 보고 만들게 됐다는 「도쿄 맑음」은 부인에 대한 지고지순한 남편의 사랑을 담았다. 이 영화에 거는 기대감은 일차적으로 제목과 배우에서부터 비롯된다. 감독은 도쿄라는 지역이 연상시키는 트렌디한 감성적 코드를 영화 속에서 좀더 사실적인 생활의 모습으로 잡아낸다. 다케나카는 이 영화에서 직접 주연을 겸하고 있고 여자 주인공으로는 이와이 슈운지의 「러브레터」와 「4월 이야기」를 통해 이미 국내 팬을 확보한 나카야마 미호와 마츠 다카코가 출연한다. 또한 수오 마사유키를 비롯해 부산국제영화제 등을 통해 국내 팬에게 소개된 일본 유명 감독들의 카메오 연기를 보는 것도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작은 서비스다. 나카야마 미호는 전작에서 보여줬던 귀엽고 청순한 이미지에서 다소 정신적 장애를 겪기도 하는 주부의 역할을 소화해낸다. 배경이 화려한 것에 비해 「도쿄 맑음」이 그려내는 사랑의 추억은 중년의 삶이 느껴지듯 담백하고 단조로우며 출연배우들의 모습 역시 기대했던 스타의 이미지와는 거리감이 있다.

사진작가 시마즈가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한 술자리에서 그의 아름다운 부인 요코는 시마즈의 동료인 미즈타니를 다니구치로 잘못 부르는 실수를 한다. 시마즈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며 부인을 위로하지만 요코는 괴로워하며 집을 나간다. 직장에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거짓말을 한 채 사라졌던 요코는 사흘 만에 집으로 돌아와 아무일 없었다는 것처럼 행동한다. 영화는 시마즈의 시각에서 요코의 사랑스러움과 일상생활에서 드러나는 그녀의 작은 변화들을 세심하게 담아낸다. 환청증세를 앓는 그녀만의 비밀, 아름다운 추억이 깃든 신혼 여행지로의 들뜬 여행, 자신을 할머니라 부르는 수줍은 아래층 어린아이와의 교류, 사내아이에게 여자아이 옷을 입히고 집을 나서는 돌발행동에 이르기까지. 남편은 아내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당황하고 괴로워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을 사랑으로

이해하고 감싸안는다.

하지만 감독은 요코의 감성적 변화와 그녀의 행동을 설득력 있게 관객과 소통하

는 데 실패하고 있다. 영화는 주로 아내의 아름다움을 프레임에 담고 싶어하는 사진작가의 눈을 쫓아가며 한 편의 담담한 포토에세이를 찍어가듯 흘러간다. 그러다보니 부부의 사랑을 지켜가려는 남편의 애틋함은 넘쳐나지만 영화는 왠지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도 여전히 쓸쓸하고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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