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 모니터냐, 아니면 TFT LCD 모니터냐.」
국내 모니터업체들이 차세대 수출 주력 제품을 놓고 평면 모니터와 TFT LCD 모니터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다.
지난 98년 초까지는 곡면 모니터 이외에 다른 제품이 시장을 형성하지 못했지만 그 후 평면 모니터와 곡면 모니터를 급속히 대체하고 TFT LCD 모니터가 대중화의 기반을 마련하면서 모니터 업체들은 차세대 수출 주력 제품을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됐다.
평면 모니터와 TFT LCD 모니터는 각각 장단점이 있다. 당장 1∼2년 내의 시장성으로 보자면 평면 모니터가 유리하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CRT 모니터를 대체할 TFT LCD 모니터를 간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 1억1500만대 정도로 추산되는 세계 모니터 시장에서 CRT 모니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5%. 특히 지난 98년 출시 후 가격이 급속히 하락한 평면 모니터는 올해 들어서도 상승세가 이어져 전체 CRT 모니터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TFT LCD 모니터는 출시 초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시장확대를 일궈내지 못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15인치급 제품가격이 절반 이상 크게 하락, 600달러 정도의 제품이 나오면서 시장형성이 임박했음을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평면 모니터와 TFT LCD 모니터의 시장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15인치 TFT LCD 패널 가격이 30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완제품 가격도 50만원대로 하락, TFT LCD 모니터 대중화 열쇠로 기대되는 2배의 가격차가 무너져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는 것에는 의견이 일치된 상태다.
국내외 모니터 시장에서 단일 기업으로 1, 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시장선도 업체답게 평면 모니터와 TFT LCD 모니터 모두에 역점을 두고 있다.
세계 모니터 1위 업체인 삼성전자는 TFT LCD 모니터와 평면 모니터를 놓고 저울질하는 가운데 무게중심을 TFT LCD 모니터 쪽으로 옮기고 있는 듯하다.
이는 제품 라인업을 보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5·17·18인치에 이어 최근 수출용 21인치와 24인치를 새로 선보이는 등 TFT LCD 제품 라
인업을 크게 보강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TFT LCD 모니터 수출에 주력하는 곳은 일본시장. 지난해 5월 삼성재팬을 통해 일본시장 공략에 나선 삼성전자는 출시 후 7개월만에 국내 내수시장 전체를 능가하는 5만여대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반면에 평면 모니터는 삼성SDI의 패널을 채택한 다이너플랫과 일본 도시바의 패널을 장착한 제품을 출시하고는 있지만 신제품군이 17·18·24인치 등 3∼4개군 밖에 안돼 전체적으론 사업비중을 줄여가고 있는 양상이다.
LG전자의 입장도 삼성전자와 비슷하지만 외형적으로는 자못 다르다. LG전자는 시장을 선점한 평면 모니터를 전략제품으로 앞세워 수출시장을 개척하면서 TFT LCD 모니터에 대한 투자비중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 99년부터 차세대 주력제품으로 평면 모니터를 선정하고 15인치에서부터 21인치에 이르는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 집중적인 마케팅을 구사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패널가격 하락에 따른 TFT LCD 모니터 시장기반이 크게 넓어지면서 내부전략을 변경, 올해 TFT LCD 모니터 관련 대규모 자금투자를 계획하는 등 모니터 사업계획 재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LG전자는 평면 모니터 수출이 큰 호조를 띠고 있다. 특히 유럽시장에서 평면 모니터 판매가 크게 늘어 올해 400만대에 육박하는 수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TFT LCD 모니터는 일본시장을 주로 공략할 계획으로 LG전자는 일본시장에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에 3배 이상 늘어난 3만대를 수출한 성장세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대형 업체에 비해 현대이미지퀘스트와 KDS·한솔전자 등 중견업체는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이 업체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사업변화 추이에 따라 전략을 수정하겠다는 심산이다. 대형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사결정과 집행력이 빠르기 때문이다.
물론 중견업체도 내부적으로는 TFT LCD 모니터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 세계 TFT LCD 모니터 시장에 대만과 중국 등 신규업체가 대거 등장하면서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펼치기 때문에 자칫하면 브랜드와 영업력에서 대형 업체에 밀리고 가격에서 신규 업체에 쫓기는 사면초가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이미지퀘스트는 분리 전 모회사인 현대전자에서 TFT LCD 패널을 생산하고 있는데다 기존에 TFT LCD 모니터를 지속적으로 판매해온 점을 고려해 TFT LCD 모니터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현대이미지퀘스트는 지난해 설립한 미국과 유럽의 판매법인에 이어 올해는 TFT LCD 모니터 수요가 급성장하고 있는 일본에도 판매법인을 만들 계획이다. 또 이 회사는 동남아·중동 및 남미 등지로 판매 거점을 확대해 글로벌 판매망을 구축할 방침이다.
KDS는 평면 모니터로 대만시장을, TFT LCD 모니터로 일본 시장을 공략하는 양날개 전략을 펼치고 있다. KDS는 올해 일본의 대형 양판점에 진출해 상반기 중 2만대를 수출할 것이며 대만에는 평면 모니터 9만대를 수출해 8% 시장점유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솔전자는 당장 평면 모니터나 TFT LCD 모니터에 집중하지 않을 방침이다. 한솔전자는 일단 틈새시장이 많이 남아 있어 신규 수요가 예상되는 곡면모니터 사업에 치중하고 상반기 이후 시장상황을 봐가며 수출 주력사업을 선정,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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