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 생존게임 돌입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세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업계가 본격적인 생존게임에 돌입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예정한 투자를 축소 또는 중단한 가운데 일부 업체는 인력감축은 물론 매각까지 추진중이다. 업계는 이같은 움직임을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풀이하고 불황이 지속될 경우 이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 반도체 분야=미국 모토로라는 최근 수주물량이 격감하자 전세계 반도체부문 인력의 12%에 해당하는 4000명을 이르면 1분기 안으로 감원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또 지난해 4분기에 예정한 반도체부문 투자 가운데 3억달러 정도를 삭감한 데 이어 올해 세운 15억달러 투자도 9억달러 미만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세계 수탁생산(파운드리) 1위와 2위 업체인 대만의 TSMC와 UMC는 불황이 지속됨에 따라 올해 각각 39억달러와 28억달러로 예정한 설비투자 규모를 27억달러와 20억달러로 축소조정했다.

특히 TSMC는 최근 몇년 동안 인텔과 함께 세계 반도체 투자를 주도해온 기업이라는 점에서 다른 업체의 투자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또 도시바·NEC·후지쯔·미쓰비시전기·히타치제작소 등 일본의 반도체 5사의 올해 설비투자 규모도 지난해 9600억엔보다 감소한 8000억원대에 머물 전망이다. 일본업체들은 증산투자보다는 신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ST마이크로와 필립스 등 유럽업체들은 지난 2∼3년간의 투자축소를 벌충하기 위해 올해 투자규모를 늘릴 방침이다.

미국의 「메릴린치증권」이 34개 반도체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6% 남짓 늘어난 509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는 당초 7조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경기침체에 따라 투자시기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한편, 투자규모도 줄일 방침이다. 현대전자도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투자를 축소할 계획이다.

◇ 디스플레이 분야=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투자축소와 인력감축을 넘어 아예 매각까지 시도하는 등 생존싸움에 들어갔다.

가격폭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세계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업계에서는 매각작업이 활발하다.

도시바와 일본 IBM이 합작한 일본 디스플레이테크롤로지(DTI)는 최근 채산성이 악화되자 유리기판 규격 550×650㎜짜리 3세대 라인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DTI는 세계시장 점유율 7위 업체로 이미 1세대 라인을 중국기업에 매각한 바 있으며 이번 매각 라인을 투자비의 절반값에 내놓았다. 일본의 소니가 인수를 검토중이다.

일본 미쓰비시전기 자회사인 일본의 어드밴스트디스플레이(ADI 8위)와 현대전자(13위)도 LCD부문의 매각을 추진중이나 적당한 구매자를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CMO·ADT·유니텍 등 대만의 TFT LCD 업체들도 지난해 말 이후 매출이 크게 부진하자 생산량을 감축하고 인력을 줄이고 있다.

브라운관업계에서는 오리온전기가 외자유치를 위해 회사 매각을 추진중이나 여의치 못한 상황이며, 컬러TV용 브라운관(CPT)은 물론 TFT LCD 사업의 채산성 악화로 경영난이 가중되자 강력한 구조조정을 모색중이다.

또 지난해 말 합작을 선언한 LG전자와 필립스도 일부 중복 공장에 대한 인원감축과 생산라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들은 『가격급락으로 원가 경쟁력을 잃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업계 업체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는 상황이며 당장 시황이 좋아지지 않을 경우 시장경쟁에서 탈락하는 업체가 잇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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