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학과 변지영씨(21)는 새해들어 고민이 하나 생겼다.
최근 몇몇 인터넷업체들로부터 「서비스 유료화 전환」에 관한 e메일을 받고 난 후 돈을 내고 각종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것인가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회원으로 가입하면 공짜로 이용했던 서비스에 대해 별안간 돈을 내라고 하니 주저할 수밖에 없다』라는 변씨는 개강 후 친구들의 행동변화(?)를 살펴본 후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최근 인터넷 서비스 유료화에 대한 리서치 전문업체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53% 정도가 돈을 지불하고 인터넷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해 유료화에 대한 네티즌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 2학년 박용민씨는 『정보와 재미를 얻기 위해 신문이나 책을 구입하는 것처럼 대가를 지불하고 인터넷 정보를 얻는 일이 당연하다』라며 유료화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반면 약 42%가 유료화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53%의 응답자들도 「가치있는 서비스일 경우」라는 단서를 붙인 일종의 조건부 긍정을 보였다.
서강대 경영학과 3학년 성주현씨는 『유료 사이트에는 접속조차 하지 않는다』며 인터넷 서비스 유료화에 대해 강한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유료화에 대한 대학생들의 이같은 반대의견은 유료화 이후 서비스 질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과 유료화로 인해 발생하게 될 개인정보 유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경제적인 이유로 인한 정보격차 문제도 대학생들의 중요한 반대요인 중 하나다.
성주현씨는 『아직까지 무료로 운영되는 사이트에서 원하는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고 유료 사이트보다 오히려 더 좋은 내용을 찾을 수도 있다』며 굳이 돈을 내고 인터넷을 이용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반문했다.
이화여대 심리학과 2학년 권혜련씨도 『유료화가 시행된다고 해서 선뜻 자기 돈을 내고 이용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업체가 몇이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유료 사용자가 충분히 납득할 만한 내용의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 한 유료화 시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세대 생활과학부 3학년 김옥화씨는 『유료화가 시행되면 업체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개인정보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며 『돈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유료화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된다』고 말해 유료화 시행 이후의 개인정보 누출 및 침해 문제에 대한 불안감을 보였다.
유료화 이후 지불해야 할 인터넷 서비스 요금은 현재 대학생들의 용돈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이동통신요금과 함께 또 하나의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도 유료화 시행에 있어 하나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화여대 인문학부 1학년 이명희씨는 『월평균 1만원 정도인 인터넷 서비스를 2∼3개 정도씩 이용한다고 가정할 때 돈을 많이 가진 친구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며 『결국 콘텐츠 유료화가 사회적 격차를 유발하는 또다른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사회적 부작용을 걱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직 유료화 초기단계이고 자신의 돈을 내면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받는 대학생 이용자가 많지 않은 시점에서 한가지 확실한 것은 대학생들은 자신이 지불하게 될 대가에 걸맞은 서비스를 원하고 있으며 서비스의 질이 좋고 보안상의 문제가 확실히 보장된다면 자신의 지갑을 기꺼이 열 것이라는 점이다.
또 많은 대학생들이 유료화를 실시하는 가운데서도 정보공유라는 인터넷의 원래의 가치를 살리는 따뜻한 기업의 모습도 동시에 기대하고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명예기자=이병희·연세대 abl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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