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네트워크, 멀티미디어 등 비메모리 분야 다국적 반도체업체 최고경영책임자(CEO)들의 방한이 연초부터 줄을 잇고 있다. 올들어서만 이미 5명의 다국적 반도체업체 CEO가 한국을 찾았다. 여기에 사업부를 책임지는 고위임원들까지 합치면 방문자수는 10여명을 헤아린다.
다국적 반도체업체 CEO들의 방문 쇄도는 미국 경제의 경착륙 조짐에 따른 경기불황과 유럽시장의 둔화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만회하기 위한 포석이다.
8일 통신용 반도체 전문업체인 IDT의 제리 테일러(Jerry Tayor) CEO가 취임 2년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싱가포르, 한국 등 아시아 지역 마케팅차 방한한 그는 이틀간의 짧은 일정동안 삼성전자, LG전자, 한화정보통신 등과 협의하고 9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보다 하루 앞서 알카텔 반도체사업부의 조한 대닐스(Johan Danneels) CEO가 서울 영업사무소 공식 개소 및 고객사 방문을 위해 내한했다. 그는 통신장비회사로 알려진 알카텔의 반도체사업부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장본인으로 국내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시장 점유율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영업 및 마케팅을 확대하기 위해 전문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며 최근 잇따라 설립한 중국·대만·한국·일본 사무소를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 시장진입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도 반도체 관련업체의 고위급 임원의 방문이 잇따랐다. 아날로그 집적회로(IC) 제품 마케팅차 지난달 말 한국을 다녀간 내셔널세미컨덕터의 패트릭 브라켓(Patrick Brokett) 부사장은 『내셔널세미컨덕터의 전체 매출 중 72%가 아날로그 IC 제품』이라며 『잠재력이 큰 한국 디스플레이 및 이동통신단말기 시장을 목표로 삼성전자 등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 대한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용 멀티미디어 칩세트 전문 개발업체인 씨큐브의 우메시 파드발(Umesh Padval) CEO도 지난달에 방한해 DVD-R용 새로운 아키텍처인 도미노(DoMiNo)를 직접 소개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을 상대로 경쟁사 제품에 비해 성능이 우수한 도미노 아키텍처를 적극 소개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전문업체인 신플리시티의 버니 아론슨(Bernie Aronson) CEO도 한국을 다녀갔다. 국내 에이캐드(ACAD)와의 공급계약을 확인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버니 아론슨 CEO는 제품에 대한 상세 설명을 도맡아 하는 등 한국시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인터넷사업 붐으로 정보통신에 대한 투자가 활발한 한국 및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다국적 반도체업체들의 구애 농도는 갈수록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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