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재도약-CEO가 변해야 산다]1회-조직문화를 가꿔라

「잭 웰치·제리 양·빌 게이츠·앤디 그로브…」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기업 뒤에는 수많은 영웅들이 숨쉬고 있다. 미국 벤처캐피털에서 제시하는 대표적인 투자 기준의 하나는 최고경영책임자(CEO)의 자질과 능력이다. 「덩치」보다는 「스피드」가 생명인 인터넷 기업에게 CEO의 결정과 판단은 기업의 사활을 좌우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새해 들어 다시 꿈틀거리는 인터넷 기업이 우리 경제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를 넘어서야 한다. 이 과정에서 CEO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마추어 수준의 CEO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CEO가 강해야 벤처도 강해진다. 강한 CEO, 견실한 인터넷 기업을 만들기 위해 발등의 불로 떨어진 필요충분 조건을 「닷컴! 재도약, CEO가 변해야 한다」라는 주제로 5회에 걸쳐 집중 점검한다.

지난 95년 4월, 400만달러의 벤처 자금으로 출발한 야후는 불과 5년 만에 기업 가치를 2만7500배나 끌어올렸다. 16개국에 야후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런칭했으며 하루 평균 3000만 페이지뷰를 기록할 정도로 세계적인 닷컴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야후의 성장 배경에는 조직과 사업에 걸맞는 기업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야후는 회사의 운영 프로세스를 일과 사람 중심으로 짜고 여기에 직원 각자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생활 속의 야후」라는 브랜드 아래 철저하게 일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사람 중심으로 조직을 관리한 것이다. 결국 일할 맛 나는 조직문화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야후를 이끈 원동력이 됐다.

◇닷컴기업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 지난 97년부터 불기 시작해 99년 절

정을 이룬 인터넷 벤처 열풍은 초기에 뜻맞는 사람끼리 꾸리던 아마추어 수준에서 이제는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사업 규모도 방대해지고 직원 수도 창업 초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 국내 대표적인 인터넷 포털업체인 다음은 지난 95년 6명으로 출발해 지금은 직원 160명, 회사 매출 280억원에 달할 정도로 중견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97년 7, 8명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네오위즈와 네이버컴도 임시직을 제외한 직원만 각각 120명, 140명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CEO다. 회사 내부까지 속속들이 알던 소수 인원으로 회사를 운영할 때와는 천양지차기 때문이다. CEO의 개인적인 능력에서 벗어나 조직력과 시스템으로 기업을 운영해야 하는 시점에 달했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 같은 배경에 연유한다. 기업의 틀을 갖추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며, 직원의 결속력을 높일 수 있는 견실한 조직문화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조직문화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 ● 벤처 비즈니스를 이끄는 두 가지 원동력은 「비전」과 「인재」다. 비전을 공유하는 소수 인원으로 출발한 벤처기업은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급하게 사람을 확보하다 보니 명확한 역할과 위치를 정하지 못한 채 채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어려울 때 같이한 직원과 새로 들어오는 인력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또 새로 합류한 인원은 당연히 자신의 역량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이때 본의 아니게 기존 업무 관행이나 기업문화와 부딪치게 된다. 일반적으로 직원이 50명을 넘어서면 전체 직원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국내 닷컴기업은 대개 독창적인 조직문화를 갖기보다는 대기업의 관리 체계를 모방하거나 명확한 원칙과 기준 없이 회사를 운영해 왔다. 몸에 맞지 않는 조직문화 때문에 기업 경영이나 비즈니스 자체가 위협받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직문화는 한마디로 막힘 없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CEO와 직원 사이에 혹은 팀장과 팀원 사이에, 위에서 아래까지 일사천리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감대가 시급히 정착돼야 한다.

◇조직문화가 경쟁력이다 ● 인터넷 기업의 경쟁력을 가름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가 조직문화다. 인터넷 기업의 승부수가 기술력과 아이디어에서 유기적이고 효율적인 팀워크와 독창적인 조직문화로 점차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인재를 모아서 팀을 만들고 수익 모델을 개발하는 데 노력했다면 이제는 탄탄한 팀워크와 조직문화를 기반으로 닷컴기업이 재무장할 필요가 있다. 과거 대기업이 가졌던 바람직하지 못한 기업문화를 버리고 21세기 디지털 글로벌시대에 맞는 투명하고 유연한 경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전문경영인 제도, 능력 위주의 보상시스템, 다양한 제휴 관계, 투명한 경영과 회계 등 새로운 제도와 기업문화를 정착시키는 노력이 바로 새로운 인터넷 기업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테헤란밸리가 인터넷 기업의 새로운 조직문화의 발원지로서 역할을 할 때 닷컴 재도약은 결코 꿈

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는 공통된 목소리가 들린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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