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드라마>명성화우 TV 나들이 채비

500년 조선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왕가의 여인 중 가장 비극적인 인물을 꼽으라면 아마도 명성황후 민비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사도세자의 부인으로 「한중록」을 남긴 혜경궁 홍씨나 권력을 좇다 끝내 몰락한 장희빈 등 비극적인 여인이 많지만 외세의 칼날에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국모 명성황후만큼 역사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드라마틱한 삶을 산 여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명성황후는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바뀌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라의 운명을 짊어지고 온 몸으로 거친 물결을 헤쳐 나갔던 여장부였다.

시아버지인 대원군과 정치적인 노선이 달랐던 명성황후는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나라의 주권을 지키려 애쓰다 끝내 일본 낭인들의 손에 의해 한 많은 생을 마감한다.

이러한 명성황후의 비극적인 삶을 예술로 승화시킨 대형 뮤지컬 「명성황후」는 탄탄한 구성, 환상적인 음악과 무대배경 등으로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제는 명성황후를 TV사극으로 볼 수 있게 된다.

KBS 2TV는 오는 4월 중순 방송 예정으로 특별기획드라마 「명성황후」를 준비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조선의 26대 임금인 고종의 부인으로 구미열강과 일제의 침략 야욕에 맞서 조선의 독립을 지키고자 했던 명성황후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일본 낭인들에 의해 시해될 때까지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리게 된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대성공이 계기가 돼 지난해 4월부터 기획된 이 사극은 오는 2월 말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간다.

드라마의 축은 시아버지와 며느리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순간까지 정적으로 대립했던 고종의 아버지 대원군과 명성황후의 갈등에 맞춰진다.

제작진은 그러나 정사(正史)의 기본틀을 따라가되 극적 재미를 높이기 위해 황실 내부의 대소사에 관해서는 적절한 픽션이 가미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용의 눈물」의 후속작 「왕과 비」에서 콤비를 이뤘던 윤용훈 PD와 극작가 정하연씨가 다시 호흡을 맞출 예정. 특히 정하연씨는 「아내」 「모래 위의 욕망」 등의 현대물뿐만 아니라 「왕과 비」 「조광조」 등의 사극을 통해서도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대사로 주목을 받아왔다.

캐스팅작업은 현재 진행중이다. 대원군 역의 유동근은 확정됐으나 주인공인 명성황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제작진은 당초 이영애를 캐스팅할 계획이었으나 이영애가 하반기의 영화스케줄에 쫓겨 출연을 주저하고 있기 때문.

강인한 여인상으로 그려질 「명성황후」는 카리스마를 표출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태조 왕건」과 정상의 자리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이규동의 방송컬럼」은 필자 사정으로 연재를 끝내게 됐습니다. 그동안 옥고를 써주신 필자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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