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엔터테인]구정연휴에 볼만한 개봉 영화들

명절이면 떡이나 부침개를 먹으며 TV를 보는 「방안족」들은 이번 설날 연휴를 확실한 변신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주말을 시작으로 샌드위치 데이인 월요일을 포함, 약 일주일간의 휴가를 예년과 달리 풍성한 볼거리가 마련된 개봉관을 찾으며 마니아처럼 영화 삼매경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할리우드 유명 스타가 벌이는 로맨스 코미디에서부터 화제의 일본 애니메이션은 물론 실험적인 디지털영화 등 장르를 망라한 최신작 20여편을 시간표를 짜가며 골라보는 것도 연휴를 즐기는 한 방법이다. 다만 7000원으로 인상된 관람료가 호주머니 가벼운 이들에게는 최대의 「방해꾼」이 될 수도 있다.

한겨울 추위를 날려버릴 시원한 액션물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버티컬 리미트」와 「엑시덴탈 스파이」가 그만이다.

해발 2만6000피트가 넘는 눈덮인 산맥을 배경으로 조난과 구조를 반복하는 산사나이들의 삶을 그린 마틴 캠벨 감독의 「버티컬 리미트」는 벼랑끝에 매달려 대자연과 사투를 벌이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화면을 가득 채운 산더미 같은 눈사태 장면은 압권이다.

홍콩에서도 구정에 맞춰 개봉되는 「엑시덴탈 스파이」는 성룡의 화려한 액션을 다시금 볼 수 있다. 탤런트 김민이 성룡의 상대역인 잡지기자로 위장한 CIA요원을 맡아 친밀감을 안겨준다.

추운 겨울 연인의 손을 잡고 볼 수 있는 따뜻한 멜로물들은 명절 극장가에서는 빠질 수 없는 약방의 감초다.

관객의 눈물이 타깃인 최루성 멜로 「하루」는 고소영·이성재가 아이가 없어 가슴아파하는 부부로 분한다. 어렵게 임신을 하지만 단 하루밖에 살 수 없는 운명을 지닌 미래의 아이에게 정성을 다하는 이들의 모습은 아름다운 한편의 수채화다. 고소영의 눈물 연기도 좋다.

전도연·설경구 주연의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평범한 노총각·노처녀의 일상적 사랑을 담담하게 그린 작품이다. 결혼을 꿈꾸지만 별달리 행동하지 못하는 두 주인공의 답답하지만 소박한 모습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이에 맞서는 외화 로맨틱 코미디 「프루프 오브 라이프」는 멕 라이언과 러셀 크로가 염문설까지 뿌리며 환상의 로맨스를 보여준다. 테러범에게 남편을 뺏긴 멕 라이언이 인질협상가 러셀 크로와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

여성의 속마음을 읽을 줄 아는 초능력의 남자 멜 깁슨이 헬렌 헌트와 벌이는 좌충우돌의 사랑얘기 「왓 위민 원트」와 예비 장인과 사위간 갈등과 긴장을 우스꽝스럽게 그린 「미트 페어런츠」가 재미를 더한다.

만화영화팬들을 위한 월트디즈니의 「쿠스코? 쿠스코!」는 중남미의 거만한 황제 쿠스코가 온갖 황당무계한 일들을 겪으면서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난다는 디즈니 특유의 권선징악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화제의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도 마니아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계속 상영되며 숱한 화제(?)를 뿌렸던 심형래 감독의 「용가리」를 새롭게 보완한 「2001 용가리」도 이번 설 연휴에 개봉된다.

그러나 이번 극장가에는 예년과 달리 사회문제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형태의 작품들이 함께 개봉된다는 점이 이채롭다.

임상수 감독의 디지털 영화 「눈물」은 가리봉동에서 쪽방생활을 하고 부탄가스를 흡입하는 등 파격적인 10대들의 방황을 다뤄 논란이 되고 있다. 10대들을 뒤쫓는 다큐멘터리식 카메라 워킹과 풀 디지털 영상이 새로운 시도로 다가온다.

이밖에도 엽기를 소재로 한 「대학로에서 매춘하다 토막살해 당한 여고생이 아직 대학로에 있다」와 최초로 개봉되는 아프리카 영화 「야바」는 색다른 재미를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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