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장이 뛴다!」
전형적으로 남성 분야로 여겨졌던 산전·부품 분야에서도 여성 최고경영책임자(CEO)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이영남 이지디지탈 사장, 최정애 제이비앤드테크놀로지 사장, 이순례 대진통신기 사장, 김혜정 삼경정보통신 사장이 바로 그들이다.
신사년 새해 벽두부터 이들 여성 기업인은 몸도 마음도 바쁘다. 생산현장으로 사무실로, 심지어 해외출장 등으로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여성」이라는 접두어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01년을 맞이한 이들 여성 CEO의 각오는 이전해와 다르다. 희망하지도 않았지만 그나마 여성이기 때문에 받았던 좁쌀만한 「특혜」들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완전히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한국에서 여성이 기업경영을 한다는 것은 남성 중심으로 형성된 사회 인프라와 육아문제, 가사부담 등으로 결코 쉽지 않지만 도전할 만한 일』이라는 이지디지탈의 이영남 사장은 보기 드물게 성공한 여성 CEO다.
이 사장은 지난해 계측기기사업을 중심으로 240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 네트워크와 멀티미디어 분야에도 진출해 전년 대비 50% 늘어난 매출 34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사장은 여성부 신설 등 현정부가 취해온 여성관련 정책을 역대정권 중 최고 수준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정부차원에서 여성이 이끄는 기업체간의 네트워크와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원에 더욱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제이비앤드테크놀로지의 최정애 사장은 진취적인 사업 스타일로 명성이 자자하다.
『성실성과 신용으로 시장을 개척해왔다』는 최 사장은 외국업체들이 장악한 국내외 자동인식시장에서 제품개발 욕심과 마케팅에 대한 과감한 추진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최 사장은 외국계 은행 근무경험 10년을 바탕으로 제조업계에 뛰어들어 수출업무에 종사하다 지난 98년 회사를 설립, 오늘에 이르고 있다.
최 사장은 『제이비앤드테크놀로지가 고체촬상소자(CCD)스캐너, 바코드리더, 카드리더 등의 분야에서 탁월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리본 분야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제품의 다각화를 통한 판매촉진으로 세계시장을 파고들 계획』이라고 밝힌다. 이 가운데 특히 고주파(RF) 솔루션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은행거래를 제외하고 여성으로서 기업경영을 하는 데 어려움은 별로 느끼지 못했다』는 최 사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특화된 분야」에 주력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순례 사장이 이끌고 있는 대진통신기는 수출비중이 70%를 넘는 수정디바이스업체로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40% 가량 늘어난 55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에도 역시 40% 가량 늘어난 75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이 사장은 품질은 기본이고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으로 경쟁업체들과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대진통신기는 수정디바이스 관련 엔지니어들이 모여 만든 기업. 이 회사에 자금을 투자했던 이 사장은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문경영인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직접 경영일선에까지 나서게 됐다.
이 사장은 『부품은 섬세함을 필요로하기 때문에 외국의 경우 여성 사장이 흔하다』며 『섬세함을 바탕으로 올해 66ppm의 품질을 달성했다』고 자랑한다.
이 사장은 올해 미국 시카고 지사 등으로 영업망을 확충하고 지난해 통신 분야의 강세로 규모가 커지고 있는 내수 분야도 강화해 대진통신기를 안팎으로 강한 기업으로 만든다는 목표다.
여성으로서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인센티브를 누리고 있다는 이 사장은 예비 경영자에 대해 『직원들을 내 가족처럼 따뜻하게 감싸면 모두들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성과를 올리는 직원들에게 직접 감사의 전자우편을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여성이라고 사업경영에 있어 특별히 어렵거나 쉬운 점은 없다. 단지 노력이 있을 뿐』이라는 삼경정보통신의 김혜정 사장은 단어 앞에 붙는 여성이라는 수식어를 무척 싫어한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여성이라고 특별히 배려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 지난 7년 동안간 사업경험에서 나온 지혜이기 때문이다. 전혀 술을 못하면서도 거래처 관계를 매끄럽게 유지하는 노하우나 부하직원들을 적절히 통솔하는 지도력 등은 김 사장 스스로 힘든 시간을 헤쳐가며 터득한 것이다.
『독일에 200억원 규모의 우편무인창구시스템 수출상담이 최종 마무리단계이고 실험실 자동분석시스템도 시장상황이 나쁘지 않아 새해에는 최소 150억원대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라는 김 사장은 주부로서 가정일과 회사업무를 같이 병행하면서 고충도 많이 겪었으나 결국 두 자녀를 포함한 가족이 소중하게 여겨진다고 술회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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