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내한해 잠실 벌을 뜨겁게 달궜던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이하 RATM)은 잭 드 라 로차의 강력한 래핑과 톰 모렐로의 임팩트가 강한 독특한 기타워크로 대변되는 하드코어 밴드. 하지만 서태지와 림프 비즈킷으로 대변되는 핌프 록 계열이나 마릴린 맨슨 등의 인더스트리얼 록과는 스타일 면에서 다르기 때문에 랩 메탈로 분류되기도 한다.
RATM은 그동안 급진적인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곡들을 주로 발표해왔는데 잭 드 라 로차의 분노에 찬 래핑은 그들의 음악을 한층 공격적으로 만드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그러던 잭이 얼마전 밴드 내에서의 의사결정 문제와 솔로앨범 제작을 이유로 탈퇴하기로 함에 따라 밴드 해체설까지 나돌아 RATM 열혈팬들은 우려를 금치 못했다.
이런 차에 잭의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실린 「이단아들」이란 뜻의 신작 「레니게이즈」의 발매는 그런 우려에 대한 무마책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원래는 라이브 앨범을 발표하고 보너스 트랙으로 리메이크 곡을 두 곡 정도 넣을 계획이었지만 멤버가 각자 준비한 곡들이 넘쳐 스튜디오에서 나올 때에는 무려 11곡이 됐다. 결국 그들은 고민 끝에 라이브 앨범을 미루고 이미 만들어 놓았던 브루스 스프링스틴 원곡의 「더 고스트 오브 탐 조드」를 추가해 리메이크 앨범을 발매하기로 결정했다.
보통 리메이크 앨범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스탠더드 송이 최소한 한두 곡 정도 들어가기 마련인데 「레니게이즈」는 그러한 배려를 거의 하지 않았다. 따라서 리메이크 앨범 감상의 즐거움인 원곡과의 비교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국내 공연에서 오프닝으로 연주했던 고참 펑크밴드 엠씨5의 「킥 아웃 더 잼스」를 비롯해 초기 힙합의 리더였던 아프리카 밤바타의 「레니게이즈 오브 훵크」, 그 외 사이프레스 힐, 롤링 스톤스, 수투지스, 밥 딜런 등 익숙한 아티스트들의 대체로 낯선 곡들이 수록돼 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모두 RATM의 신곡으로 여겨진다는 장점도 있다. 단 하나 이색적인 곡이 있다면 뉴웨이브 밴드 디보의 「뷰티풀 월드」인데 RATM 유일의 발라드라 할 만하다.
어쨌든 RATM은 밴드가 계속될 거라는 의지를 천명했다. 하지만 잭의 탈퇴라는 전
력누수는 더이상 그들을 이전의 스타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들었다. 따라서 지금은 무너지는 둑을 리메이크 앨범으로 가까스로 막았지만 후속작에서는 더 강력한 그 무엇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잭의 마지막 목소리(?)를 들으며 그들의 회심의 카드를 기대해본다.
<이기원 대중음악 칼럼니스트·드라마작가 heymrlee@nets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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