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7>
그는 나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어투로 말했다. 점차 나는 그가 나를 만난 의도가 의심스러웠다. 대관절 무엇 때문에 만나자고 한 것일까. 그리고 이 자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은 무엇일까. 더구나 그런 투서를 받고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실제는 조사를 끝냈을 가능성이 있었다. 조사 결과 법적으로 문제 삼을 일이 노출되지 않자 마지막으로 나를 만나 떠보려는 것이 분명했다.
『기업이 권력의 제도권을 완전히 배제하고 존재할 수는 없지만, 저는 권력을 타기 위해 누굴 찾아가거나 줄을 선 일은 없습니다. 혜택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것은 정치적인 것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가 전라도 목포 출신이라는 점이 당시 권력 구조가 호남권이어서 약간의 영향은 있었겠지만, 그것 역시 없는 것을 해준 것이 아니고, 있는 것을 정당하게 평가해준 것에 불과합니다.』
『꿈은 해몽하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 있지요. 그만한 자격을 갖추었기 때문에 선택되었다는 말 같은데, 옳은 말입니다. 그러나 그만한 자격을 갖추고 그만한 성과를 올려놓았어도 선택을 받지 못한 기업이 많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호남 정권 시기에 최 사장의 기업이 혜택을 받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만약 경상도 지역의 정권 시기였다면 과연 목포 출신인 최 사장의 기업이 오늘날 정도로 커졌을까요? 』
그의 논리는 단순하였다. 그가 말하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내가 권력기관으로부터 상당한 수혜를 받아 커온 것으로 알고 있었고, 나는 그 점에 반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커온 요소는 권력기관의 수혜보다, 그 동안 투명하게 기업을 경영하고, 국제적인 시야를 넓힌 성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미국을 비롯한 일본과 중국, 러시아에 이르는 외국 업체들이 키웠다. 그만큼 기술력과 투명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나의 기업 주식 38%를 외국 기관투자가들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 그것을 시사하고 있었다.
『앞으로 투서를 조심하십시오. 적은 항상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을 조심해야 합니다. 배신은 가까운 곳에서 일어납니다. 나는 월급쟁이에 불과합니다. 소시민일 뿐입니다. 우리 같은 사람에게 투서할 일은 없겠지만.』
뒤에 사족을 다는 말이 의미심장했다. 왜 이 친구는 계속 월급쟁이며 소시민이라는 말을 강조하는 것일까. 그 뜻을 빨리 알아들어야 하겠지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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