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캠퍼스]사이버 대자보

대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새로운 정보를 제공, 대학가 의사소통 수단을 대표하던 오프라인 대자보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오프라인 대자보가 위협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양방향성」 상실이다.

「대자보=총학생회」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대학가 대자보는 일방통행을 위한 수단에 머물러왔다.

양방향성을 상실한 대자보가 학생들에게 외면받게 된 계기는 무엇보다 인터넷의 확산을 꼽을 수 있다.

각 대학 홈페이지에 마련된 게시판이 학생들의 의사소통 공간으로 자리잡아 오프라인 대자보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아주대 컴퓨터공학과 4학년 박병식씨(26세)는 『대자보는 읽지 않더라도 홈페이지 사이버 게시판은 매일 찾습니다』라며 『오프라인 대자보가 주로 정치·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데 반해 사이버 대자보는 학교생활에 꼭 필요한 정보가 많이 있고 참여도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무엇보다 학생들은 관찰자에 머물던 것에서 벗어나 참여자가 될 수 있는 점을 들어 사이버 대자보를 높게 평가했다.

충남대 지질학과 2학년 진홍준씨(22세)는 과대표와 총학생회 간부로 동시에 일하고 있어 대자보를 누구보다 친근하게 접하고 있다. 그는 『오프라인 대자보가 대학생들의 생활과 사고를 좌지우지했다는 선배들의 이야기는 역사속으로 사라졌습니다』라며 『대자보를 통한 행사안내보다 사이버 게시판을 통한 공고가 확산이 더 빠르고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속에 오프라인 대자보의 감소현상은 당연하다.

2000년 현재 대학가 오프라인 대자보는 학생회를 중심으로 일부 학생들의 관심을 반영하는 역할에 한정될 뿐이다.

따라서 대자보를 채우는 주요 내용은 총학생회장 구속,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 등 대학생들의 실생활에서 관심을 갖는 부분과 다소 동떨어진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같은 오프라인 대자보에 대해 부산대 경제학과 3학년 이보람씨(22세)는 『오프라인 대자보가 즐비하지만 무심코 지나치기가 일쑤입니다. 운동권 분위기가 짙고 형식이 딱딱해서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별로 읽고 싶지도 않습니다』라고 밝혔다.

결국 학생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오프라인 대자보는 학생회 활동의 위축으로 연결될 뿐만 아니라 건전한 대학내 토론을 이끌어내는 데 역부족인 것이다.

사이버 대자보를 통해 서로 의견을 교류하는 것이 일상화돼가는 이때에 오프라인 대자보도 변화해야 한다.

대학생들이 외면하는 내용으로 가득 채운 오프라인 대자보가 더 이상 한정된 담론을 쏟아내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런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오프라인 대자보는 외면의 대상이 아닌 대학가 청산이 대상이 될 것이다.

대학가 토론문화가 사라졌다고 개탄하는 일부 총학생회 소속 학생들의 생각이 전부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학생들의 다양한 욕구와 관심을 반영하지 못하는 오프라인 대자보에도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오프라인 대자보가 양방향 의사소통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관심을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비록 대자보가 수적으로 감소하더라도 오프라인 대자보가 가진 장점이 무엇인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오프라인 대자보가 학생들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하는 수단으로 거듭나 효율적으로 이용된다면 미래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대학가의 건전한 토론문화를 정착시키고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기위한 수단으로 각광받는 온라인 대자보 활용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온라인 대자보가 지닌 단점을 최소화하고 오프라인 대자보의 장점을 최대로 살린다면 새로운 대자보문화 탄생이 먼 훗날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명예기자=김남희·동아대 morning-be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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