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방향 미디어라는 정보통신혁명으로 인터넷은 우리에게 다가왔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직접투표로 직접민주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꿈도 영글고 있다.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듯 실명여부를 확인한 후 주민들이 자기집 컴퓨터로 직접 투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미국 대통령선거는 이러한 긍정적인 생각을 다시 보게 했다. 「과연 인터넷을 통한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마저 제기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인터넷투표 및 방법론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미국은 이번 대선에서 인터넷 부재자투표 실험을 실시했다. 물론 투표전용 소프트웨어를 탑재했다.
실명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투표용지 우송을 의무화한 점은 아직 인터넷에서 익명자 처리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민관합동으로 인터넷을 통한 투표의 왜곡을 막기 위해 발생가능한 모든 변수들을 풀기 위한 연구에 들어갔다고도 한다.
인터넷이 빠른 속도로 보급된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예전에 전자결재가 활성화되려면 대통령부터 전자결재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물론 공직자 선거와 같이 투명해야 하는 선거에 당장 적용할 정도는 아니나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투표가 활발해지고 있다.
얼마 전 모대학가요제의 인기상을 네티즌이 뽑기도 했으며 연예나 스포츠 분야에서는 인터넷투표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 인터넷기술이 스며들고 있음을 뜻하며 앞으로 정치분야에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인터넷투표의 결과가 모든 사람을 납득시키려면 명확한 기준과 아울러 정확한 투표자 통계도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주민등록번호 확인과 지문인식시스템을 통한 실명확인 후 선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의원의 선거에서 시작해 대통령선거까지 인터넷으로 치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2000만명을 웃도는 유권자의 동시접속을 견딜 정도의 시스템은 없으나 이러한 문제도 「직접민주주의」라는 명분에서 보면 전혀 걸림돌이라고 볼 수 없다.
문제는 우리가 여기에 대해 얼마만큼 준비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의 인터넷 열풍이 과연 우리 정치인들도 인터넷직접투표를 도입하게 만들 정도의 토양을 만들었는가?
한때 닷컴붐이 일자 우리네 정치인들도 정보통신관련 행사라면 열심히 찾아다니고 배우려는 자세를 보였다.
그런데 요즘 닷컴붐이 시들어지자 인터넷기업에 대해서는 「묻지마 경시」까지 생기고 있다.
정치인들의 「인터넷 배우기」는 정치적인 제스처였을 뿐이라는 회의감이 들 정도다.
우리네 정치인들은 이번 투표 논란을 두고 인터넷강국인 미국 정치인들을 비웃었다.
그렇지만 그들이 쏟아지는 조롱과는 별개로 차근차근히 인터넷정치를 준비하는 동안 우리 정치인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정작 명분도 없이 매일 싸움질만 일삼는 국회의원들에 국민들은 지칠대로 지쳐 있다.
우리 정치인들은 미국 정치를 비웃지만 조만간 인터넷정치시대가 되면 그들로부터 배우려 할 것이다.
우리 정치인들을 과소평가하는 것 같지만 필자의 걱정은 우리의 정치 지형도를 바꿀 수 있는 인터넷정치의 진정한 힘을 자칫 망각하게 않을까 하는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의 재선에 결정적 역할을 도맡은 유명한 미국 정치 컨설턴트 딕 모리스는 자신의 저서 「Vote.com」에서 작은 규모와 지리적 조건으로 고대 아테네인들이 성취했던 것을 미국인과 세계는 인터넷을 통해 얻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인터넷강국을 선언한 우리나라도 그 멋진 비전속에 서둘러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정치인들도 인터넷직접투표에 대한 방법론과 기술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인터넷정치도 현행법의 개정을 통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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