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비싸게 공급하면서 싸게 팔라는 게 말이 됩니까.』
국내 가전산업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가전대리점들이 몹시 흔들리고 있다.
경기침체로 매출이 10∼20% 위축된데다 전자양판점·대형할인점 등의 점포확장과 가격공세로 갈수록 설자리를 점차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전대리점을 살릴 수 있는 실질적인 영업전략을 하루 빨리 수립해야 한다』는 대리점들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메이커들은 『경쟁력 있는 대리점만 이끌고 간다』는 시장경쟁 논리에만 맡긴 채 뒷짐만 지고 있다.
특히 『고객관계관리(CRM)기법을 도입해 고객을 자주 접하고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인지하며 차별화된 고객접근법으로 단골고객을 늘려야 한다』는 메이커들의 계속되는 주장에 가전대리점들은 일종의 배신감마저 느낀다고 토로한다.
가전메이커는 많은 물량을 한꺼번에 매입하는 할인점과 양판점에는 에누리라는 명목으로 낮은 가격에 공급하면서 상대적으로 물량이 적은 대리점에는 같은 제품이라도 더 높은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통에서 최적의 배송지원이 경쟁력의 원천임에도 불구하고 가전메이커들은 대리점과 동일하게 대형할인점 등에도 택배물류를 지원함으로써 대리점의 입지를 더욱 위태롭게 하고 있다.
결국 대리점들이 다양한 마케팅을 동원해 고객을 확보한다 해도 핵심인 가격경쟁력이 뒤진 상황에서는 곧 바로 신유통점에 고객을 뺏길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전대리점들은 대리점과 양판점·할인점에서 거래되는 제품간의 차별화가 이뤄져야 하며 같은 조건에서 가격경쟁을 할 수 있도록 영업전략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무조건 매출을 올리면 된다는 식의 메이커 영업전략은 대리점을 쇠락케 하고 이것은 곧바로 메이커들의 몰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한 대리점 사장의 절규를 가전메이커 스스로 한번쯤 곱씹어 볼 때인 것 같다.
<생활전자부·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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