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커런트]전자상거래시대의 택배서비스

◆우리는 지금 TV, 오디오, 컴퓨터는 물론 피자까지 인터넷에서 살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종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판매경로의 등장으로 판매업자들은 쾌재를 부르며 너나할 것 없이 전자상거래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이다.

이같은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는 전자상거래업체는 물론이고 네크워크장비업체, 보안솔루션업체 등 IT업계 전반에 걸쳐 엄청난 호황을 안겨 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어부지리」격으로 득을 보고 있는 업계가 있다. 「온라인」으로 규정지워지는 인터넷시대와는 전혀 무관하고 모든 서비스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면서도 전자상거래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제2의 부흥기를 맞고 있는 택배서비스업계다.

전자상거래는 제품선택에서 구매, 결제에 이르는 전과정이 인터넷에서 이루어지지만 최종적으로 구매자가 상품을 손에 쥐기 위해서는 오프라인에서 제품 배송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TV를 샀다고 해서 TV가 구매확인서처럼 인터넷 회선을 타고 날아오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구매자가 직접 전자상거래 회사에 찾아가서 TV를 가져올 수도 없는 일. 결국 아무리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고 관련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사람이 직접 해야만 하는 일이 제품배송, 즉 택배서비스다.

포레스터리서치(http://www.forrester.com)와 공동으로 기획하는 「EC커런트」 열번째 이야기는 전자상거래 시대의 숨은 수혜자 택배업체에 대해 알아본다.◆

인터넷이 생활의 한 부분으로 깊숙이 자리잡으면서 전자상거래는 채소를 사러 시장에 가고, 옷을 사러 옷가게에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구매행위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03년에는 총 4700만 가구가 온라인 쇼핑을 즐길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구매자들은 전자상거래를 이용할 때 여러 가지를 고려한다. 제품의 품질이 선전문구와 같은지, 가격은 다른 사이트와 비교했을 때 괜찮은지 등 구매 전에 여러모로 확인을 한 후 구매를 결정하게 된다.

구매자들이 이 과정에서 또 한가지 많은 시간을 들여 결정하는 것이 있다. 구입하려는 제품을 언제, 어떻게, 어디에서 받을 것인가에 대한 택배서비스 유형의 선택이다.

포레스터리서치가 미국의 전자상거래 이용자 9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빠른 서비스와 저렴한 가격을 서비스 선택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 시간과 택배요금에 많은 신경을 쓴다고 대답한 사람은 응답자 중 각각 89%, 94%에 달했다.

배달장소에 대해서는 90% 정도가 직장보다 자택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택에서 주문한 제품을 받길 원하는 이유로는 도난의 위험이 없고 집 밖에서 물건을 받았을 경우 집으로 가져오기 번거롭다는 점 등이었다. 표참조

이상의 조사결과를 놓고 판단할 때 온라인 구매자들이 택배서비스업체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확연히 드러난다. 구매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특정 시간대에 맞춰 집으로 신속하게 물건이 배달되기를 원한다. 물론 이러한 서비스는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구매자들은 여러 배달건이 하나로 묶여지길 바란다. 구매자들은 자신이 주문한 CD를 갖고 오면서 비디오 대여점에 들러 비디오테이프도 함께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택배업체들에 원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구매자들의 이러한 희망은 그저 희망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페덱스(http://www.fedex.com), UPS(http://www.ups.com) 등의 대형 택배업체들은 전국적인 배송망을 무기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지만 구매자들로부터 그다지 환영받지는 못하고 있다. 이러한 업체들은 제품을 워낙 대량으로 배송하기 때문에 구매자가 자신이 원하는 배달 시각을 정하기 어렵다. 앞에서 언급됐듯이 대부분의 구매자가 자택에서 자신이 편한 시각에 물건을 받기를 원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결점은 치명적이다.

현 상황에서 구매자들의 욕구를 채워줄 가장 유력한 택배서비스 모델로는 한국인 2세 조지프 박이 창업한 코즈모닷컴(http://www.kozmo.com)을 들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주문받은 상품을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이용해 1시간 내에 배달한다는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코즈모는 97년 설립 이후 빠른 성장을 거듭했으며 웹밴(http://www.webvan.com), 어번페치(http://www.urbanfetch.com) 등 이와 유사한 업체의 등장을 불러왔다. 포레스터의 조사에서도 구매자들의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것은 코즈모류의 서비스였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구매자들의 이상형과 가장 근접한 서비스 모델이지만 분명한 한계가 있다.

우선 배송망의 한계로 단일 도시 이상에서 서비스를 펼치기는 힘들다. 코즈모를 비롯한 동종업체들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금 유치를 통해 배송망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 수익쪽으로 투자방향이 바뀌고 있는 요즈음의 벤처캐피털 경향을 볼 때 그리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전국적인 배송망이 갖춰진다 할지라도 도심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로서는 시외 지역에까지 도심과 동일한 서비스를 펼치기는 힘들다.

결국 코즈모류의 업체는 단일 도시에서 한정된 사업만을 벌일 수 있으며 이는 곧 수익 정체를 불러와 그동안의 「거품」이 터질 수도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코즈모는 경쟁업체의 출현으로 인한 수익 감소에 자금난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레스터는 온라인 구매자들의 다소 무리한 요구사항을 들어주면서 전자상거래 시대에 걸맞은 사업모델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페덱스, UPS 등의 대형 택배업체들과 코즈모류의 신생업체들이 손잡을 것을 권유한다. 대형 택배업체들은 장거리 수송을 책임지고 코즈모, 웹밴 같은 업체들은 일종의 허브(hub) 역할을 맡는 것이다. 이 경우 구매자들은 자택 혹은 허브를 배달장소로 선택할 수 있으며 허브에 연락하여 세탁물, 식료품 등을 함께 배달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허브 역할을 하는 소형업체들은 최종적으로 차량, 자전거 등을 이용해 구매자들이 원하는 시각에 주문제품을 배달하게 된다.

이러한 사업모델은 대형업체들에는 지역 파트너의 확보를, 신생업체들에는 배송망의 확대를 가져와 시너지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로 택배 이용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모든 택배업체들이 계속해서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는 인터넷 시대에 무임승차했지만 앞으로는 온라인 구매자들을 위한 서비스 개발을 모색하고 새로운 택배 환경에 발맞춰야 한다.

대형 택배업체들은 소규모 지역 택배업체들과 제휴해야 한다. 아무리 전국적인 배송망을 갖추었더라도 넓디넓은 미국에서 최종 배송지인 구매자들의 집 앞에 물건을 갖다 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코즈모, 웹밴 같은 전자상거래 전문 택배업체들은 서비스의 다양화에 힘써야 한다. 서비스 가능 지역이 한정된 상황에서 여러 업체들이 경쟁하기 때문에 다양한 서비스 개발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구매자가 다음날 저녁까지 CD를 배달하도록 주문했을 때는 다음날 오후에 e메일을 보내 추가로 필요한 것이 없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구매자들은 저녁 식사를 위한 식료품이나 아침에 맡겨둔 세탁물의 배달을 부탁할 수 있고 이는 곧 업체의 매출 증대로 이어지게 된다. 이와 함께 이러한 업체들은 주문이 많이 몰리는 특정 품목을 대량으로 보관할 수 있는 물류창고 확보에도 힘써야 한다.

◇택배서비스업계의 새로운 경향

-어느덧 전자상거래는 진부한 말이 되어버리고 이동중에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는 m커머스가 인터넷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m커머스의 등장은 택배업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가로운 휴일 오후 공원에 피크닉을 나온 연인들이 휴대폰을 이용해 와인닷컴(http://www.wine.com)에 접속, 와인 한 병을 주문하면 잠시후 오토바이를 탄 「와인맨」이 향기로운 와인을 가지고 도착할 것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은 택배업계에 변화는 물론 더 많은 수익 창출의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다.

-피자가게도 배달을 아웃소싱하는 시대가 온다. 피자 한 판이라도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식품 전문 인터넷 택배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채소, 과일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면서 피자도 같이 배달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하나의 업체가 여러 종류의 식품 배달을 병행하게 될 것이고 피자가게도 자체 인력을 이용하기 보다는 외부업체에 배달을 아웃소싱할 가능성이 크다.

-우체국도 전자상거래 시대의 수혜자가 될 수 있을까. e메일의 확산으로 주력 사업인 우편물 배달 수익이 급속히 감소하고 있는 우체국은 지금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다. 우체국은 인터넷 환경에 한 발 늦게 대응해 전국적인 배송망을 인터넷사업과 연계시키는 데 실패했다. 미국의 우체국인 USPS는 최근 들어 모든 국민들에게 e메일 계정을 부여하는 등의 e서비스 강화에 나섰지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우체국이 가진 배송망은 택배업체들이 탐낼 정도로 치밀하게 짜여 있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우체국도 전자상거래 시장의 한 부분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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