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선정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으로 불안한 국내경제가 중동지역 긴장고조에 따른 원유가 급등, 미국 증시 폭락에 따른 수출여건 악화, 반도체 국제가격 급락 등 3대 악재에 강타를 당하면서 「시계 제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재계는 심화되고 있는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할 만한 뚜렷한 호재가 없는 현실을 감안해 내년 투자·수익 전망을 극히 보수적으로 잡는 한편 정부가 이를 방치할 경우 한국경제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보다 현실적이고 신뢰성 있는 경제정책의 추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충돌에 따른 중동지역 긴장고조로 이날 두바이산 유가는 11월분이 배럴당 32.36달러, 12월분이 33.1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원유에 연동된 유화원료 가격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고 비철금속 값도 오름세로 반전됐다.
이에따라 한국무역대리점협회의 원자재 수입가격 지수인 AFTAK지수(95년 12월=100)는 9월 117.87로 전달보다 7.57포인트 수직 상승,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우리의 수출주력 제품인 반도체 64메가(8×8) SD램 PC100의 북미 현물시장가격은 지난 12일 개당 5.38∼5.7달러로 전날보다 10.33%, 64메가(8×8) SD램 PC133 가격도 5.45∼5.78달러로 10.66% 폭락하면서 올해들어 최저치를 보였다.
재계는 내년도 투자 및 수익규모를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등 경제위기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은 오는 11월 중순께 내년 투자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나 현재의 경제여건상 올해(투자 9조원, 수익 8조원)보다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도 연말까지 신규투자 규모를 6조5000억원에서 4조3000억원으로 줄여 그룹 유동성 확보에 활용하는 한편 내년에도 불필요한 설비투자를 과감히 줄여나갈 방침이다.
또 올해 투자규모가 6조5000억원이었던 LG그룹도 내년에는 정보통신·바이오·인터넷 등 특정 분야에 국한해서 투자를 강화할 예정이며 코오롱도 꼭 필요한 부문 이외에는 투자를 보류 또는 중단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최근 중소기업 경기실사지수(BSI)가 100 이하로 떨어지는 등 전망이 극히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정부가 자금을 풀어도 금융권의 대출기피 등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만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석중 상무는 『유가급등과 미국증시 폭락 등 주변여건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국내경제가 해법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지경에 빠져들고 있다』며 『금융시장의 안정과 기업의 의욕을 되살릴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 시행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장관진기자 bbory5@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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