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림커뮤니케이션 방갑용 사장 dream21@yolim.com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최근들어 일본에서 전해 오는 낭보를 들으면 감격스럽다는 느낌까지 갖게 된다. 그 높고 두터웠던 일본 게임시장의 문이 활짝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몇몇 게임업체들은 우회적인 방법으로 일본 진출을 꾀했지만 일본업계가 기술유출 등을 이유로 한국업체에 대해 빗장을 걸어잠궈 현지화작업이 그렇게 녹녹하지 않았다. 상당수의 한국업체들이 일본의 문을 두드리다가 문전박대만 당하고 돌아서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필자도 지난해 봄 졸작이지만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어 일본에 진출하려고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망신만 당하고 말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같은 일본의 태도는 무엇보다도 우리 한국을 문화콘텐츠분야에서 후진국으로 생각하는 업계의 뿌리깊은 불신이 작용한 탓이다. 특히 게임분야에 있어서는 불법복제에다 저질 모방게임이나 만드는 나라, 하청도 주기 힘든 나라, 라이선스를 주기에는 믿을 수 없는 나라로 여겨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업체들이 한국의 온라인게임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먼저 합작제안을 하고 투자까지 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자기들이 먼저 문을 열고 우리를 초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말 폐막한 동경 게임쇼에서 「남코」같은 일본 게임메이저업체의 사장이 우리 업계를 대표하는 게임종합지원센터를 직접 방문해 국내업체와의 제휴를 타진했고 일본 10대 게임업체인 「잘레코」가 한국업체와의 제휴를 공식 제안했다.
일본업계가 한국에서 불고 있는 인터넷붐과 한국 특유의 게임방, 한국 온라인게임의 위력을 실감하고 자기들보다 몇년 앞선 우리 업체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도입하기 위해 태도를 싹 바꾸고 있다. 세계 게임시장을 장악했다는 자존심으로 한국을 후진국 취급하던, 자못 거만하고 의심많은 일본이 상냥한 파트너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상황은 좋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 업계는 몇가지 유의해야 한다. 우선 일본에 진출할 때 과거의 저자세를 보이지 말고 좀더 당당했으면 좋겠다. 창피스러운 일이지만 그동안 우리 업계는 일본의 하청이라도 받아보려는 욕심으로 일본업체로부터 하청의 재하청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고 저쪽에서 몸이 달았으니 우리 업체들이 당당하게 제대로 된 대접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조속한 시일내에 통합된 대일본 창구를 만들어서 우리 업계의 공동이익을 챙길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국내업체들이 단기적인 이익에 급급해 일본업체 잡기에 경쟁적으로 나설 경우 이제 막 열리고 있는 일본시장에 제대로 진출하지도 못하고 국내업체들끼리의 과다경쟁으로 덤핑수출이 횡횡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가 상대해야 할 일본 게임업계는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는 데 능숙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섣부른 개별 행동은 해당업체는 물론 국내 전체업계의 이익을 해칠 것이 분명하다. 일본의 경우처럼 업계 공동의 암묵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일본시장 진출과 관련된 정보를 교환하고 업계 내부적으로 조율·협력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드는 것은 시급하다.
또 한가지, 이제는 내수시장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현재 국내 온라인업계에서는 선발업체와 후발업체들간의 내수시장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제는 좁은 국내시장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글로벌비즈니스에 본격 착수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내수시장 개방에 보수적이기로 이름난 일본이 스스로 문을 열 수밖에 없을 정도로 우리 온라인게임의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가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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