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 법제 정비 발등의 불]2회-소비자보호

전통적인 상거래 환경에서처럼 「소비자보호」는 전자상거래(EC) 시장성숙을 위해서도 결코 소홀할 수 없는 과제다. 사이버공간에서 벌어지는 상거래 관행이 오프라인 환경보다 훨씬 복잡하고 감독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산업활성화」라는 명분에 희생될 수 없는 가치인 것이다. 최근 자율적 해결을 내걸고 각종 약관제정 및 관련 법 제·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부처간, 이해당사자들간 심각한 의견차이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전자금융거래 기본약관 =얼마전 공정위는 사고발생시 은행의 「무과실책임, 입증책임」 등 종전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과실책임」의 원칙을 제시하고 대신 「입증책임」만을 은행이 지는 최종 중재안을 냈지만 은행연합회측으로부터 수용불가 통보를 받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은행의 무과실을 전제로 일정 금액이하의 사고에 대해서는 고객이 책임지도록 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표준약관 제정은 현재로선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 안일태 팀장은 『모든 사고에 대해 은행이 입증책임을 진다는 것은 결국 모든 책임을 떠안으라는 꼴』이라며 『당초 표준약관을 제정키로 하고 약관안을 먼저 만들어 심사청구했던 취지마저 결과적으로 은행권의 자충수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합회측은 은행들의 서비스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개별약관을 마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경원대 손진화 교수는 『대국민 권익보호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해당사자간 의견조정이 안돼 약관 제정이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아쉽다』며 『핵심 쟁점조항인 사고발생시 손실분담기준 등을 충분한 협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화폐 표준약관 =최근 금융결제원은 한국형 전자화폐(K캐시) 상용화를 앞두고 공정위에 사전 약관심사를 거쳤다. 심사 결과 「사고발생시 발급기관도 공동책임이 있다」는 의견이 덧붙여졌다는 점에서 전자화폐서비스 주체로서는 다소 부담스런 변수가 등장했다. 금결원 관계자는 『전자화폐 위변조·도용에 의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발행기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사업자에 대한 다소 과도한 규제』라며 『이로 인해 전자화폐 초기시장 조성에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공정위가 제시한 전자화폐 표준약관(안)의 경우 몬덱스·V캐시·K캐시 등 IC카드형외에도 온라인 EC전용 네트워크형 전자화폐에 대한 규제를 내비치고 있어 조만간 업계와 마찰도 예상된다.

◇방문판매법 =최근 개정안 마련작업을 진행중인 공정위는 종전 「통신판매」 관련 조항을 「전자상거래」 규정으로 확대, 의원입법으로 정기국회에 상정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공정위 전자거래보호과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안을 만들고 있으며 재경부나 금융감독원, 정보통신부 등과의 협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개정 방판법에서 가장 논란을 불러올 만한 대목은 인터넷쇼핑몰 등에 관한 규정. 산자부는 지난달 전자거래정책협의회 결과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온라인쇼핑몰에 대한 규제완화」를 제시했지만 정작 개정안의 내용은 다르다. 온라인 쇼핑몰의 소비자보호 의무를 명시하는 대신 사업자 등록시 온라인 등을 통한 신고도 수용, 현행 신고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온라인쇼핑몰이 영업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해당 시도지사에게 신고토록 돼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형편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방판법 개정안은 규제완화책이라기보다는 쇼핑몰의 안전성·신뢰성을 높이자는 취지』라면서 『공정위나 산자부·업계와의 의견조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이용법 =암호이용법 추진사례는 정부부처가 법안을 남발해왔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상거래에 특화된 법률은 아니라는 점에서 소비자보호와 직결되진 않지만 네티즌의 기밀정보에 대한 국가기관의 접근권을 명시한다는 점에서 여론의 극단적인 반대가 예상되는 것이다. 지난 98년말부터 국가정보원과 정보통신부가 입법 추진키로 했던 이 법안은 심각한 반대여론을 의식, 현재로선 완전히 수면아래 잠긴 상태다. 당시 실무작업에 관여했던 정통부 관계자도 『해외에서도 입법사례가 없는 만큼 일단 법제화작업은 완전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산자부 주도의 전자거래정책협의회는 여전히 암호이용법 제정을 진행중이라고 정책발표를 계속하는 형국이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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