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이동통신(IMT2000 : 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 for 2000) 사업자 선정이 두달 앞으로 다가왔다. 올 한해 IMT2000을 둘러싸고 사업자 선정방식, 기술표준 논쟁이 전국민의 관심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정작 IMT2000 서비스 실시에 따른 산업적 파급효과에 대한 논의는 등한시돼왔다. 창간 18주년을 맞아 본지에서 개최한 「IMT2000 산업적 파급효과 분석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를 싣는다. 편집자 ◆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정보통신기술경영연구소 박석지 소장
1.배경
IMT2000의 사업자 선정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사업자 수와 사업허가 조건 등은 지난 7월 정보통신부 허가심사요령에 의해 세부적인 정책이 입안됐다. 12월 말 적격 사업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그동안 IMT2000에 대한 주된 관심은 「누가 어떻게 사업권을 획득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왔다.
IMT2000 기술방식에 대한 논쟁이 아직까지 지속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통부가 사업허가 신청을 1개월동안 순연하겠다고 밝힌 것도 기술방식에 대한 업계의 견해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데 근본 원인이 있다.
기술표준 선정에 관심이 집중됨에 따라 정작 IMT2000이 국내 정보통신산업 발전에 미치는 영향분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IMT2000의 기술방식 선택은 물론, 앞으로 IMT2000이 가져올 정보통신 분야 변화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대비가 필요하다.
2.국내 이동통신산업의 성장과정과 현 위치
국내 이동통신산업의 형성은 현재의 SK텔레콤이 84년 AMPS(Advanced Mobile Phone Service) 방식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작됐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 이전 국내 이동통신 시스템 시장은 전체를 AT &T와 모토로라 장비가 장악하고 있었다. 단말기산업도 외국 수입제품 혹은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수입품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빈약한 국내 이동통신 기술 및 산업기반은 CDMA 기술개발 성공을 계기로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됐다.
국내 이동통신산업은 CDMA 표준방식 채택, 국제 공동개발, 시의적절한 사업자 선정 등 일련의 정책이 연계돼 성장가도를 달리게 된다. 시스템 장비 부문과 단말기 부문도 국산화를 통해 내수시장 장악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30% 이하에 머물렀던 단말기시장에서의 국산제품 비중은 CDMA 상용화 성공으로 90% 이상을 국산 제품으로 대체했다. 이와 같은 시장구조 변화는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국내 이동통신산업의 파급효과는 IMF 체제하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98년 6억600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린 국내 CDMA산업은 99년에 22억달러 규모의 수출실적을 달성했다. 2000년 상반기중 이미 20억달러 이상의 수출실적을 거뒀으며 올해 말까지 60억달러 규모의 수출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CDMA산업은 단순한 시스템·장비 수출을 넘어 전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외자유치, 해외 현지공장 설립, CDMA 네트워크 운용기술 수출, 네트워크 구축 관련 컨설팅 수주 등 다양하고 광범위한 산업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국내 CDMA산업의 성공요인은 전략적 기술선택과 강력한 연구개발 정책 추진, 표준화에 의한 대규모 내수시장 형성, 시의적절한 사업자 선정 및 상용 서비스 제공, 내수시장에서의 사업자간, 장비업체간 경쟁 등이 병행됐기 때문이다.
3.IMT2000 서비스의 산업적 측면
IMT2000 서비스 도입은 국내외 정보통신 기반을 획기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IMT2000은 유선분야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인터넷의 이동화·무선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즉 「유선환경에서의 서비스와 동등한 서비스를 다양한 무선환경에서 제공하는 통합된 시스템」이 IMT2000이 될 것이다.
IMT2000 서비스는 부품산업, SW산업, 장비 제조업체, 이동통신사업자 외에 콘텐츠라는 중요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앞으로 IMT2000 시대에서는 이용자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확보와 제공이 IMT2000 사업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일본 NTT도코모의 i-Mode처럼 무선 인터넷 부문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풍부한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
콘텐츠 분야는 사업특성상 고객이 원하는 부문을 발굴해 그에 적합한 아이디어를 제시할 때만이 성공이 가능한 부문이다. 국가 정책에 따라 게임·애니메이션 등 관련산업을 응용해 새로운 부가가치의 창출이 가능한 분야이므로 지속적인 관심과 육성이 필요하다.
IMT2000 서비스에 따른 파급효과를 극대화시키려면 관련 부품기반산업의 강화, 기술료와 관련된 협상력 강화, 계측기 분야 등 응용산업 분야의 확충이 필요하다.
이동통신분야는 다수의 부품조립이라는 세트산업 성격을 갖고 있어서 부품산업기반 없이는 새로운 제품 개발이 어렵다. 또 단말기 가격경쟁력 확보, 디자인에서 제품화에 이르는 개발기간 단축이 병행되지 않으면 수익을 올릴 수 없다.
계측기 분야는 IMT2000을 계기로 새로운 시장형성이 기대되는 분야이기는 하나 국내 이동통신 장비시장 규모에 비해 그다지 발달하지 못해 어려움이 따른다.
다음으로 중요한 사항은 기술료와 관련된 협상력 강화다. 기술료는 원천기술 사용에 대한 대가로서 원가와 같은 개념이다. 원천기술이 없는 한 기술료 지불은 불가피하나 협상력에 따라 또는 크로스라이선싱 여하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다. 기술료 관련 협상력 강화는 기술방식의 선택과 직결되는 문제다.
IMT2000은 당초 단일표준에 의한 글로벌 로밍 실현이 목표였으나 표준화 추진결과 단일표준이 아닌 WCDMA(IMT-DS), cdma2000(IMT-MC), UWC-136(IMT-SC), TD-CDMA(IMT-TC), DECT(IMT-TF)와 같이 여러가지 기술방식이 공존하게 됐다.
정통부가 복수표준 선정이라는 기술방식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도 다수의 기술방식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기술료를 낮추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단일표준 방식으로 국내 IMT2000시장이 형성될 경우 이동통신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정보통신 시스템 분야에서 특정기업에 의존해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장기적인 종속구도를 가져올 수 있다.
산업 경쟁력은 단지 해당제품 개발과 상용제품 출시가 가능하다고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광범위한 기술인력 확보, 해외 현지진출, 축적된 기술 응용능력, 외자유치 및 투자협상, 네트워크 구축 계획수립 및 컨설팅 능력 등 다양하고 광범위한 경험에서 가능하다.
IMT2000은 국내시장은 물론 세계시장 진출을 목표로 고려해야 한다. 이점 때문에 복수의 기술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IMT2000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글로벌 로밍은 복수 기술방식이 표준으로 채택됨에 따라 지역적으로 제한적인 로밍 서비스로 출발할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제2세대 유럽형이동전화(GSM) 방식에서 이용하고 있는 SIM(Subscriber Identity Module)을 이용한 플라스틱 로밍(plastic roaming)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3GPP2에서 추진중인 R-UIM(Removable User Identity Module)은 3GPP에서 추진하는 USIM(Universal SIM)과 동일한 사양을 추구해 플라스틱 로밍을 통한 글로벌 로밍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동기식과 비동기식 어느 것으로 채택하더라도 글로벌 로밍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살펴봐야 할 것은 소비자 보호에 관한 사항이다. 새로운 정책의 집행 및 수립과정에서 늘 간과하기 쉬운 사항이 소비자보호측면이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망의 경우, 급격한 가입자 증가에 따른 관련 장비의 수입증가, 일부 사업자의 과대광고와 서비스 품질저하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IMT2000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IMT2000에서는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와 품질을 보장해야 한다. 지난 6월에 실시한 무선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결과 실제로 고객이 느끼는 서비스 품질에 불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무선환경에서 고속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IMT2000 서비스에 대한 QoS의 기준을 사전에 제정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해 서비스 품질을 보장해야 한다.
4.결론
IMT2000이 갖는 산업적 측면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를 제기했다. 제조업체에서 소비자 측면까지, 그리고 서비스 제공과 이용을 위한 콘텐츠 분야의 중요성도 검토해보았다.
이동통신분야는 정책결정의 영향이 장기간에 걸쳐서 발생하는 분야다. 현재의 정책결정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기적인 해결책이 된다면 정보통신산업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따라서 IMT2000 정책은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정보통신산업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산업·경제정책으로서의 시각과 준비가 필요하다.
IMT2000 사업자 선정은 국내 IMT2000 정책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며 정보통신의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강력하고 장기적인 정책적 역할과 추진이 필요하다.
<정리=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삼성전자 반도체, 연말 성과급 '연봉 12~16%' 책정
-
2
한덕수 대행도 탄핵… 與 '권한쟁의심판·가처분' 野 “정부·여당 무책임”
-
3
“12분만에 완충” DGIST, 1000번 이상 활용 가능한 차세대 리튬-황전지 개발
-
4
정보보호기업 10곳 중 3곳, 인재 확보 어렵다…인력 부족 토로
-
5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6
'서울대·재무통=행장' 공식 깨졌다···차기 리더 '디지털 전문성' 급부상
-
7
프랑스 기관사, 달리는 기차서 투신… 탑승객 400명 '크리스마스의 악몽'
-
8
“코로나19, 자연발생 아냐...실험실서 유출”
-
9
美 우주비행사 2명 “이러다 우주 미아될라” [숏폼]
-
10
단통법, 10년만에 폐지…내년 6월부터 시행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