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바이어와 거래하려면 IBM을 알아야 한다.」
IBM은 물론 컴퓨터 회사를 일컫는 말은 아니며 아랍어 인샬라(In sha Allah), 부크라(BuPkra), 말리쉬(Ma Alish)의 첫 글자를 딴 조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두바이무역관은 최근 보고에서 『중동에 새로 발령을 받은 한국상사원들은 우선 아랍의 IBM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문구를 숙지할 것을 당부했다.
「인샬라」는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알라신에 맡긴다는 의미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아랍식 표현이지만 실제로는 100% 확신하지는 못하며 나중에 상황이 바뀌면 지금의 약속은 지키지 않을 수 있으니 신의 가호로 원하는대로 일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함정이 숨어있다고 KOTRA는 설명했다. 즉 중동시장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평가는 양호한 편으로 빅 바이어조차 한국 기업과 상담할 때는 수입에 적극성을 보이며 마치 당장 대량 수입할 것처럼 허풍을 떤 뒤 인샬라라는 말을 건네며 기분좋게 상담을 끝낸다는 것이다.
KOTRA는 이 말의 의미를 모르는 한국수출상은 곧바로 거액의 수입신용장(LC)이 개설되기를 기대하지만 약속한 기일이 지나도 LC가 열리지 않는 게 다반사라고 충고했다. 따라서 LC 개설을 독촉하면 대개 되돌아오는 말이 「부크라」로, 이는 원래 내일이라는 뜻이지만 일주일이나 한달이 될 수 있는 만큼 가능한 한 빨리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정도로만 받아들이면 무방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LC가 개설되지 않아 거듭 독촉하면 이번엔 「말리쉬」라고 하는데 직역하면 괜찮다(no problem)는 뜻이지만 문제가 생겨 LC를 개설할 수 없게 됐으니 이해해달라는 쪽으로 해석하면 틀림없다고 KOTRA는 강조했다.
KOTRA는 『서구의 상관습에 익숙한 국내 기업들이 이같은 이슬람권의 비합리적인 상관습에 맞춰 거래를 한다는 자체가 고역이겠지만 그렇다고 중동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중동의 상관습을 이해하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관진기자 bbory5@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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