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482) 벤처기업

러시아의 마피아<22>

알렉세이비치 부부가 동성애 사이라는 것을 알자 나는 당혹스러웠다. 그 사실을 왜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 말하지 않았다면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자 매우 어색한 기분이 들었고 한마디로 썰렁했다. 그때 배가 멈추는 듯했고 모터보트 소리가 들렸다. 조금 있자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한 여자가 홀로 들어왔다. 그녀는 뜻밖에도 나타리야였다. 나타샤의 여동생이면서 라스토푸친의 처제였다. 그의 비서라고 하였던 기억이 난다. 동시에 크렘린 과학정보위원회 요원이기도 하였다. 그 여자가 이곳에 나타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어리둥절하였다.

『나는 보덴 별장에서 최 사장과 함께 쉴 수 있는 파트너로 당신의 부인을 부를까 했습니다. 부부 동반으로 겨울 별장에서 쉬는 것도 좋지요. 그러나 당신의 부인과 사이가 나쁘다는 것을 알고 부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누구를 부를까 생각하다가 나타리야를 떠올렸고 나타리야가 승낙을 했던 것입니다.』

나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알렉세이비치가 나의 아내에 대해서 말한 점이었다. 최근에 아내와 반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알렉세이비치는 이 별장 초대계획을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의 말이 허풍이라고 하여도 아내와 반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아마도 한국에 첩보를 두었는지 모른다. 아니면 사업 파트너에 대한 사생활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것을 알게 됐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놀라운 일이었고 다른 한편 불쾌한 기분을 주었다.

나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나타리야가 온 사실이다. 알렉세이비치가 말한 여자를 부른다는 뜻이 그녀를 가리켰다면 이것은 예정된 수순에 의한 계획된 일이었다. 나는 갑자기 긴장되면서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들었다. 알렉세이비치가 그런 면밀한 계획을 세웠다는 것은 나를 필요로 하는 어떤 일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타리야, 여긴 어떻게 왔습니까? 정말 뜻밖의 일입니다.』

『이완 알렉세이비치가 함께 시간을 보내자는 요청을 해서 왔습니다. 스위스의 보덴 호수는 와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했습니다.』

그녀를 보자 나는 다시 그녀의 언니 나타샤가 상기되었다. 나타샤를 생각하면 꼭 죄를 지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나타샤의 동생에게 죄를 지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동생을 만난다고 해서 그것이 꼭 죄를 짓는 것일까. 나는 쓸데없는 번민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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