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컴퓨터산업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과점현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컴퓨터산업은 IMF 한파 이후 연간 150% 안팎의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나 PC를 비롯해 모니터, CD롬 드라이브, 잉크젯프린터 등 컴퓨터·주변기기 분야에서 삼성전자·LG전자·삼보컴퓨터 등 일부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70%를 넘어서고 있다.
한 컴퓨터업계 조사자료에 따르면 PC산업의 경우 이미 올 상반기 동안 전체 174만대로 추정되는 국내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 두 선두기업의 시장점유율은 81% 수준에 이른다. 이들 두 업체의 시장점유율을 보면 지난 97년 연간 173만대로 집계된 PC시장에서 52%에서 98년 55%(123만대), 99년 62%(192만대)에서 거의 20%포인트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이로써 3, 4위그룹를 유지해오던 LGIBM과 대우통신은 시장점유율면에서 군소업체나 다름 없으며 정부의 지원 아래 지난해말까지 20%대의 시장점유율을 보였던 인터넷PC도 올 들어 시장점유율이 10%대로 내려앉아 맥을 못추고 있다. 또 상가를 중심으로 형성해온 조립PC 업체의 경우 붕괴직전에 이르고 있다.
컴퓨터 주변기기도 예외가 아니다.
모니터의 경우 대우전자와 대우통신의 입지약화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 상반기 과점이나 다름없는 72%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KDS, 한솔전자를 포함한 20여 군소업체가 나머지 시장을 조금씩 분할 점령하고 있는 수준이다. 또 대기업의 저가공세와 고품질 제품에 밀려 그나마 가진 시장기반마저 점차 축소되는 실정이다.
97년초만 해도 태일정밀·동일기연·삼정 등 10여개에 이르는 업체가 생산했던 CD롬 드라이브는 98년을 겪으며 자금 압박과 부도로 인해 업체들이 사업을 포기하거나 개점휴업 상태로 전락해 LG전자와 삼성전자의 2강 체제가 굳어졌다.
97년 140만대로 집계된 CD롬 드라이브 시장에서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65%에 불과했으나 98년 85%(130만대), 99년 90%(210만대)로 늘어났으며 올 상반기까지는 모두 190만대 판매수량 가운데 이들 두 업체의 점유율은 95%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잉크젯프린터도 큐닉스컴퓨터 부도 이후 중소업체의 몰락으로 한국HP와 삼성전자가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팩스의 경우 주요 복사기 업체들이 이 분야에서 사업을 축소하거나 손을 뗌으로써 삼성과 대우통신이 과점체제를 이루고 있다.
앞으로 대기업의 컴퓨터사업의 점유율은 더 높아져 그 지배력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부 중소 컴퓨터업체들은 부도를 내고 문을 닫거나 자가브랜드의 제품생산보다 대기업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제품생산에 경영력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잘 발달된 중소 컴퓨터·부품업체를 기반으로 세계 PC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만과 달리 국내 컴퓨터산업은 관련기술 개발이 다원화하지 못하고 특정분야로 집중되고 치우치는가 하면 제품 수급 불안정과 가격혼란, 안이한 경영전략 등에 따른 산업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형식적이거나 간접적인 지원책에 머물러 있는 중소업체를 위한 정부지원 방안이 세제, 자금지원, 기술 개발 및 마케팅대행 등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지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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