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에는 이처럼 새로운 변경지대의 서로 다른 물리적, 경제적 환경에 맞도록 기존 체제의 법률을 변경시킨 자생적인 규제의 틀이 등장하고 있다. 과거 새로운 시장이 부상할 때와 마찬가지로 가상공간은 세계 각국의 사법권으로부터 끌어 모은 법률과 규제의 잡동사니가 아니라 상식적인 관행과 양식에 기초한 자율적 규범의 상거래 규약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교수와 법률가들의 가상단체인 가상공간 법률협회(The Cyberspace Law Institute)는 「가상 법원(Virtual Magistrate)」이라는 프로젝트를 추진, 기술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저 비용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제공할 계획이다. 존 페리 발로와 로터스의 창립자 미츠 케이퍼가 설립한 일렉트로닉프런티어는 현실 세계의 정부에 대해 변호사이자 비공식 대사 역할까지 한다.
앞으로도 계속될 가상공간의 불안정성을 감안할 때 기업가나 기업의 관리자들이 할 일은 무엇일까.
우리가 여기서 얘기한 한가지 대답은 일단 가상공간으로 가서 사업을 시작하라는 것이다. 디지털 전략을 개발해서 변화를 도모한 사람들은 과거 유럽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신세계에 정착했듯이 가상공간에 뛰어드는 쪽을 선택했다. 여기에는 존 제이콥 에스터스, 코닐리어스 밴더빌트, 존 록펠러 등과 같은 탐험가, 무역업자, 개간지 입주자, 목장주, 철도왕, 땅 투기꾼, 광산 재벌 등이 모두 포함된다.
우리는 이 같은 특징을 보여주는 사례들을 이미 보아왔다. AOL의 창업자를 포함해 바클레이스 뱅크, 그리고 로켓사이언스의 열정적인 젊은 직원들과 가상서점인 아마존이 바로 그들이다. 전화, 위성, 이동전화, 케이블회사들은 1980년대 미국 철도회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초호황이라는 극적인 드라마를 재연할 것임에 틀림없다. 출연자들은 바뀌었지만 역할은 그대로다. 조지 산타야나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과거를 되풀이한다』고 말한다. 반면 과거를 연구하는 사람은 수많은 오류를 피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와 디지털사회의 발전은 현실 세계에서 풍부한 자원의 변경지대를 개발해 가는 것과 상당히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서 급변하는 인터넷 시대를 영위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도 건달, 영웅, 박애주의자, 사업가들이 존재하고 화려한 승자와 처절한 패배자가 있으며 큰돈을 벌기도, 날리기도 한다. 그리고 킬러앱은 과거 골드러시나 철도부설처럼 도시에 벼락경기를 가져다주기도 하고 하룻밤만에 유령의 도시로 만들어 버리기도 했던 것과 똑같은 무작위성을 보여준다.
여기서 우리는 새로운 사업환경의 전개와 그것에 동기를 부여하는 경제적 상황, 초기단계의 규범과 원칙, 그리고 앞으로의 킬러앱을 풀어놓는 경쟁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름할 운영모델에 관해 그림을 그려보려고 했다.
이 개척시대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도 서부로 갈 것을 결정하지 못했다면 이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그것은 바로 가상공간이란 미국의 개척시대처럼 물리적 장소라기보다 일종의 마음상태라는 점이다. 양자 모두 창조적인 에너지로 채워져 있어 자연스럽게 각각의 구세계를 지배해 나가고 있다. 가상공간에서는 분열의 법칙과 새로운 세력 덕분에 기존의 시장, 소비자, 채널의 변환이 숨가쁜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가 말했던 몇몇 좌절한 최고경영자처럼 은퇴를 결심하지 않는다면 미래를 피할 수는 없다.(설사 은퇴한다고 해서 피난처를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아무튼 그건 별개의 문제다)
휴스턴의 한 버스운전자는 최근 디지털 기술 덕에 자동차천국으로 변한 샌디에이고에서 운전자가 아니라 도로가 차를 운전하는 15번 시범 주간(州間) 도로를 시험 주행했다. 주행을 마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좀 겁이 났지만 5분이 지나자 금방 익숙해지더군요』.
이 같은 발전에 반응해야 하는 시간은 정확히 5분이다. 이제 당신도 무언가를 해야 할 때다. 디지털전략의 과정에 대한 윤곽을 잡고 12개의 설계원칙을 설명하면서 킬러앱을 풀어놓을 수 있을 정도로 자기변신에 성공한 기업들의 경험을 얘기하면서 우리는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대응책을 제시했다. 그것은 바로 당신의 경쟁자들-지금까지 경쟁자가 아니라면 당신의 약점을 향해 맹렬히 돌진하고 있는 자들-의 대응책이다.
만일 당신이 여기서 추천한 것들 가운데 한가지만 받아들이겠다면 「심라이프(SimLife)」 게임에 빠져 있던 13살짜리 아이가 사회학자 셰리 터클에게 제안한 것처럼 『일단 해보라』고 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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