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벤처기업(472)

러시아의 마피아<12>

러시아의 마피아는 공산주의 체제가 유지되던 때에도 있었다. 그때 그들은 암시장을 장악했다. 그렇지만, 지금의 마피아는 조직의 규모면에서 그때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커졌고, 국제적인 라인을 가지고 있다. 나타샤가 말한 것처럼 정부와 연계되고도 있었다. 공산주의 체제 속에서의 마피아는 KGB와 연계되고 조절되었지만, 지금은 그때와 인연이 있었던 KGB 요원 일부가 마피아가 되었던 것이다.

내가 러시아에 들어가기 한 달 전에도 마피아 조직과 조직간의 갈등으로 기관총이 동원된 총격전이 벌어졌다. 살벌하기 그지없는 마피아 조직과 사업을 한다는 것은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알렉세이비치와 더 이상의 대화 창구를 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타샤로부터 그 말을 들은 후에 취한 태도였다.

나는 모스크바에 지사를 두고, 알렉세이비치를 피해 다른 업자들을 만났다. 알렉세이비치는 나와의 면담을 여러번 요청해 왔지만, 나는 왠지 싫어져서 만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후에 안 일이지만, 내가 만난 다른 업자들이 모두 알렉세이비치의 휘하에 있는 회사였다. 그 그물 망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별 다른 문제가 발생한 일은 없었다. 마피아라고 하지만, 국제간의 협력관계는 합리적이면서 정당했다. 더구나 그들에게 이득을 주면서 협력을 할 때는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끝까지 충성한다.

이야기는 다시 돌아가서, 그날 밤 병원 입원실에서 나는 나타샤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의사나 간호사들이 내 건강 상태를 체크하러 방에 들어와서 잠시 대화가 중단되기도 하였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그녀는 지나온 15년간의 일을 모두 털어놓았다. 남편을 만나서 결혼한 일이라든지, 과학 연구소에 나가서 일한 경험, 남편이 프랑스 대사관 영사자격으로 유럽으로 나갔을 때 별거하던 일을 들려주었다. 나는 그녀의 수다를 끝없이 들었다. 러시아의 여자도 시집을 가서 아주머니가 되면 수다스러워진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그녀의 이야기는 자정이 넘어 윤 실장이 방문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입원실로 들어서는 윤 실장을 보자 그녀는 실망하는 표정이었다. 아마도 나와 함께 밤을 새우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녀는 분명히 과거에 나를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나 부담스러워서 나는 몸둘 바를 몰랐다.

그렇지만, 부담스러우면서도 결코 싫지 않은 느낌이다. 싫지 않다기보다 나 역시 두근거리면서 기분이 좋았다. 아무래도 일을 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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