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금 유동성과 투자유치 문제가 닷컴기업의 「발등의 불」로 떨어지면서 재무담당 수석임원(CFO)의 비중이 날로 높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에서는 전문 CFO를 두지 않거나 CFO가 있더라도 이를 「돈 관리자」 정도로 치부해 CFO에 대한 새로운 위상과 역할 정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CFO 왜 중요한가=전문 CFO의 비중이 높아가는 것은 우선 최근 닷컴 위기론에서 찾을 수 있다. 조직 슬림화·인수합병(M&A) 등 일련의 구조조정 작업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선택과 집중을 재무적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는 CFO의 역할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CFO가 투자자와 기업의 대화채널로 기업과 주주 사이의 가교역할을 맡을 수 있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닷컴기업이 점차 성숙기로 들어서면서 전문 CFO가 재무와 기획을 아우르면서 사업구조를 재구축할 수 있어 그 필요성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가는 상황이다. 국내 투자업계의 한 재무담당이사는 『국내에서도 사업구조를 재구축할 수 있는 핵심 담당자로 전문 CFO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CFO 위상은=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지난 80년대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재무적 측면에서 보좌할 수 있는 전문 CFO를 적극 육성해왔다. GE나 시스코와 같은 기업은 자체적인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CFO를 양성할 정도다. 미국은 CFO가 수석 부사장으로 본사의 핵심 스태프면서 경영 책임자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 같이 전문 CFO는 많지 않지만 대체로 CEO의 재무 스태프가 관련 임무를 수행하는 상황이다. 또 회사 내 지위도 부사장·전무급으로 이전의 관리 담당 임원보다 비중이 높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CEO뿐 아니라 CFO에 대한 평가 항목이 닷컴기업에 투자하는 주요 조건의 하나로 꼽힐 정도다.
△국내 상황은 어떤가=국내에서는 지난해 코스닥 시장이 활황을 이루면서 등록을 앞둔 회사를 중심으로 전문 CFO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올 초부터 CFO를 둔 닷컴기업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주로 캐피털이나 창업투자 회사에서 근무한 사람을 영입되는 형태로 국내 닷컴기업의 CFO 1세대가 만들어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국내에서 CFO에 대한 명확한 역할이나 위상이 정해져 있지 않고 대표이사나 임원이 이를 겸직하는 등 전문성 면에서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앞으로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M&A)이 본격화하면서 CFO의 역할은 높아질 전망이지만 현실은 이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박병준 루루커뮤니케이션즈 사장은 『최근 국내에서 구조조정이나 M&A가 닷컴기업의 최대 현안으로 등장하면서 CEO를 보좌할 수 있는 전문 CFO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며 『닷컴기업 가치를 올바로 매기고 극대화하기 위해서도 전문 CFO를 육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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