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바람직한 통신산업 발전 방향...

한국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 윤승기 사장

우리나라 통신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간 균형잡힌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통신사업자나 제조업의 사업전개 방향은 자율에 맡기되, 통신 서비스만큼은 정부의 명확한 정책결정 및 시장개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우리 정부가 초고속망의 기반으로 삼은 비동기전송모드(ATM)망은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진국에서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반면 인터넷 서비스를 곧바로 초고속 광통신 매체에 탑재하는 기술은 각광을 받고 있다. 이는 새로운 네트워크 모델이 부상할 때 통신사업자의 판단이 최우선이었다면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최종 실수요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사례를 잘 보여준다.

정부의 역할도 물론 필요하다. 특히 최종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일반전화와 이동전화간 또는 이동전화간 상호 과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고 있어 신규 통신서비스의 창출이 어렵다.

이는 통신사업자에게는 불명확한 비용요소가 돼 이용자의 요금체계에 반영되고 결국은 소비자의 부담이 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앞장서서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사업자간 상호 접속 과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또 정부 주도의 개발 프로젝트도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 프로젝트는 연계성이나 노하우의 공유 부족은 물론 지나친 양산 위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당장 생산에 투입해서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개발에 집착하기보다 10년 또는 20년 후 미국 시스코시스템스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장기적 차원에서 사업을 육성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업계 역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우선 상호 윈윈 전략이 필요하다. 부품의 공동 구매를 통해 구입 단가를 낮추는 대만 PC업계의 강점을 세계 최대 CDMA 강국이라는 우리나라 단말기 제조업계가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아울러 선진업체에 비해 기술이 떨어지는 라우터나 스위치 개발을 위해 국내 업체들이 개발한 기술을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겠다.

진정한 의미의 e비즈니스 구축도 필요하다. 기업의 문화, 시스템,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의지, 전체 종업원의 사고전환이 없는 e비즈니스는 한낱 허울 좋은 겉치레나 일과성 유행으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있다. 웹 시대일수록 철저한 일대일(one to one) 고객관리나 종업원관리가 수반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웹이 기업체에 있어 또 하나의 사내 전산 프로그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핵심기술을 육성하는 것도 시급하다. 핵심 칩세트, ASIC 개발 및 부품 개발은 물론이고 운용체계 등의 핵심 소프트웨어에 많은 투자 및 개발을 해야 한다. 핀란드의 정보통신 업체들이 단기간내에 정보통신 강자로 올라설 수 있었던 사례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문화의 철저한 변신이 요구되고 있다. 북유럽 모 거대 통신회사의 연구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수석 부사장은 20대의 홍안이다. 대학원 졸업장이나 변변한 학위는 없지만 그 회사를 가장 단기간내에 최고라는 소리를 듣게 한 장본인이다. 창의성이나 뭔가를 다르게 해보려는 노력을 튄다고 배척하는 많은 우리 기업문화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미 많은 벤처기업에서 조직문화의 변화가 일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통신분야 종사자가 실력이나 아이디어로 마스터 대접을 받는 시대가 온다면 우리 통신산업의 미래도 매우 밝으리라고 본다.